많은 사람들이 소설은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좋은 소설’이 되려면 필요한 게 있다. 삶의 구조와 인간의 내면에 대한 상식 수준 이상의 통찰(인식적 가치), 서술되는 대상의 본질을 꿰뚫으면서 아름다움을 산출하는 대체 불가능한 문장(미학적 가치)은 양보 불가능한 두 개의 기본 요건이다.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돼 있거나 노벨문학상을 받는 소설들은 저 두 요소를 아주 많이 갖고 있다. 이것이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문학과 예술로서의 문학을 분별하는 기준이다. 우열이 아니라 범주의 문제다.

여기에 더해, 동시대의 징후를 날렵하게 포착하는 시의성을 갖추면 더 좋다. 지금 언론과 평단에서 화제가 되는 작품이 있다면 바로 이 요건 때문일 것이다. 당선작 「동생을 위해 하다」는 이 세 번째 요건까지 갖추었다. 우리시대 청년의 내면을 투시하면서 사회적 부조리가 개인의 폭력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인과관계를 탐색한다. 폭력을 다루는 작업 자체가 폭력적이 될 수 있다는 자기 성찰은 언제나 필요하지만, 그것이 전제된다면, 폭력에 대한 탐구가 포기되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 쉽지 않은 소재를 정면 돌파한 수작이다.

가작 「이별 없는 사람」은 위에서 말한 기본 요건 두 가지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작가가 그것을 추구한 결과물로 보인다. 자신의 애매한 심리를 언어화하려는 서술자의 섬세한 의지가 이 소설을 평범한 이별 풍경 이상의 것으로 끌어올렸다.

그밖에 인상적이었던 응모작이 몇 편 있다. 「하수구에 뜬 별」은 감성적이었지만 감정의 논리화가 부족해 감상적인 소설이 되었다. 「도굴」의 탄력적인 언어가 인상적이었는데 결말이 충분히 책임감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함박눈」은 의학 지식과 현장성이 돋보였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상식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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