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태, 정준영․최종훈 사건 등의 공통점은 디지털 성폭력 범죄라는 것이다. 디지털 성폭력 범죄의 특징은 성착취 사진 및 동영상물의 제작과 대량 유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한 성범죄는 그것의 특성, 즉 익명성과 보안성, 네트워크 등으로 인해 접근 가능성과 파급력, 2차 피해가 오프라인 성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하다.

N번방 사건은 음란물 제작과정의 악랄한 수법과 고액의 거래, 엄청난 이용자 수(추정치 26만명 이상), 피해자 여성 중 미성년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 등으로, 정준영․최종훈 사건은 유명 남자 연예인의 성폭력과 몰카 촬영 및 SNS 공유로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그래서 N번방 사태는 주범 및 공범자의 신상 공개, 일명‘N번방 방지법’의 제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N번방 방지법’은 피해자가 스스로 찍은 촬영물이라도 타인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으며 불법 촬영물의 반포, 판매, 임대, 제공만이 아니라 단순 소지자까지 사법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한 특수 강도, 강간 등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모의만 하였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미성년자 의제 강간 연령 기준을 13세에서 16세로 상향조정 하였다.

그간 성범죄의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문제제기가 N번방 사태를 계기로 일정정도 반영된 셈이다. 가해자 처벌 범위의 확대와 처벌 수위의 상향조정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스웨덴의 「성행위 동의법」처럼 ‘적극적인 동의가 없는 성행위’를 모두 범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여전히 성범죄의 판단 기준이 폭행 및 협박이 있었는지,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취약한 상황이었는지 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해자 처벌만으로는 디지털/성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 성범죄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과 남성중심 문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일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강간 문화 및 성착취 구조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고 혐오하는 문화가 온라인상에 급격히 퍼져 있고 디지털 세대라고 할 수 있는 10대와 20대 남성들이 주도하고 있다.

10대와 20대가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주역이라는 점에서 보다 엄중하게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현재, 학교와 기관, 기업, 단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평등 교육과 성교육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법적 강제 사항이 아닐뿐더러 인권 및 성평등에 기반하기 보다는 여전히 생물학적 성 지식의 전달 수준이거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중․고대학의 ‘포괄적 성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포괄적 성교육이란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섹슈얼리티 교육을 뜻하며 국제인권법 사회권 규약은 포괄적 성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포괄적 성교육의 제도화와 함께 우리의 일상 문화가 변화되어야 한다. 동의에 기반하지 않은 성관계와 촬영,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진 및 동영상의 유포는 그 자체로 폭력이며 반인권적 행위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공적 영역에서 담론화해야 한다. 전남대의 성평등 문화와 성교육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지금부터 점검하고 변화시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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