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가 9월 23일 구성원 모두 직접 참여하여 온라인으로 새 총장을 선출한다. 총장 입후보자 5명이 시작한 공식선거운동으로 랜선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대학 내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남대 총장 선거는 한 대학의 대표자를 정하는 집단 의사결정의 한 행위에 불과하나,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그 행위가 지닌 상징성과 정치적인 의미는 매우 크다. 한국사회 민주화 과정에서 광주와 전남대학교가 체험한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장선거는 2016년 선거와 비교하여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투표 방식이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어졌다는 것이다. 선거인의 뜻이 대표 선출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새 총장의 대표성과 권위는 더 높아질 것이다.

또 다른 차이는 선거인 구성에 전국 대학 중 최초로 강사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대학의 교육에 상당한 기여를 인정받는 강사에게 선거권이부여된 것은 상징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마지막 차이인 온라인 투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현장 투표가 주는 역동성을 반영할 수 없지만 그 편의성과 효율성을 인정할 수 있는 대안이다.

대학역사에서 국립대학의 총장선거는 두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 대학민주화와 사회민주화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대학은 대학 밖 사회와 사회변화에 종속변수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특징은 대학의 고유한 이미지인 자유와 창조를 존중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으나, 대학의 역사와 현실은 그 실태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대학의 민주화가 정권의 통치철학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1988년 이후 이제까지 치러진 총장선출제도의 변화를 보면, 대학 밖의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대학내부도 그에 상응하여 제도와 의식의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반민주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 대학 내 불신과 분열은 심해졌고, 대학의 위상은 추락했다. 전남대학교도 그 경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87년 6월 혁명의 영향을 받아 우리는 정권의 압력을 극복하고 1988년 전국대학 최초로 대학 민주화의 상징인 총장직선제를 관철시켰다. 2012년에는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여 총장직선제를 포기했고, 2016년에는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2020년 이번에는 대학의 자율을 존중하는 민주정권 덕에 다시 직선제다. 그동안 배제되었던 강사에게도 선거권이 주어졌다. 대학 내 변화가 사회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사회민주화와 대학민주화는 함께 가는 것이다.

둘째, 국립대학 총장의 한계다. 국립대학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와 선거인들이 이상적으로 기대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지도자를 결코 허락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대학의 전통적 특성과 대학인 의 역할을 선택적으로 고려하여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총장에게 기대하는 자유와 상상력은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렵다. 그 이유는 고등교육법과 국립학교설치령에 있다. 이 법규에 따르면, 총장은 교육부장관의 지도감독을 받는 단위 학교의 책임자에 불과하다. 국립대학의 총장은 중앙정부가 수립한 대학정책의 효율적 집행에 따라야만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교직원인사, 재정운영, 시설과 설비구축에 총장의 지도력 행사는 매우 제한적이다. 더구나 국립대학이 따라야 하는 촘촘한 관료체제는 총장의 상상력과 가능성을 끔찍하게 제한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시장의 논리를 존중하고 외부 기금을 얻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총장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대학인의 자유로운 영혼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 그 결과 우리는 임명제 총장과 간선제 총장 그리고 직선제 총장의 차이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모호한 지도력을 마주하고 있다.

총장직선제의 상징적 의미와 총장 지도력의 한계가 지닌 역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남대학교 총장에게 특별한 기대를 가져야만 한다.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이 미래세대 교육과 지역사회 혁신에 나침판 역할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 새 총장은 사회민주화 흐름과 시대정신을 대학 내에 정착시키는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대학의 역사를 보면, 대학은 의외로 보수적이며 내부혁신에 매우 더뎠다. 총장 선거인 구성에 강사의 참여를 이제야 인정한 것도 그 사례다. 만약, 새 총장이 사회민주화가 지닌 거대한 흐름과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그는 대학 내 각종 직능단체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율적 운영을 통해 대학혁신과 사회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학의 본질적 역할로 우리가 존중하는 교육/연구/사회공헌에서 대학인의 창조적 시도를 존중하는 개방적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기존의 관료체제와 시장주의적 대학운영을 의도적으로 지양하는 지도력 행사가 요구된다. 관료체제에 대한 반성은 통제와 효율성 중심을 벗어나는 것이며, 시장주의 접근에 대한 반성은 경쟁평가와 서열논리에 불참하는 것이다.

이런 지도력은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우리의 생존기반이 되는 지역회에 우리가 가진 다양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반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교육활동에서도 학생과 교수가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연구활동은 지역사회 혁신에 구체적 기여가 가능토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국립대학의 존재 이유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새 총장의 지도력은 이윤을 중시하는 시장과 통제에만 집착하는 관료의 방식이 아니라 대학인의 자유와 용기로 우리의 상상력과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총장선거에 5명 후보자를 가진 전남대학이 자랑스럽다. 그들이 나름대로 축적한 모든 자원과 경험이 우리 대학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각 학문 분야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업적을 쌓았다. 대학 내의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학내의 문제해결과정을 직접 깨우쳤다. 대학 밖에서 그들이 참여한 다양한 대외활동은 그들에게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일깨워줬을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들이 선보이는 미래 비전과 정책은 그들의 삶 전체를 모아 놓은 일종의 종합작품집이다. 후보들의 경험과 지혜는 우리에게 오늘의 대학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진단하고 창조적 대안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대학 구성원 모두의 특별한 관심과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초래한 위기상황이지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이번 총장선거가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제대로 진행되길 충심으로 바란다. 2021년 1월, 우리 앞에 나서는 총장은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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