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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다시 읽는 카뮈
이송희(시인, 국문과 문학박사)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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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14  22: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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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는 공포와 더불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정을 가져다 주었다. 죽음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초조와 불안 속에서 겁먹은 토끼처럼 당황하며 추억을 되씹었다.

- 알베르 카뮈,『페스트』 중

인용문에서 페스트(pest)는 코로나(corona)로 바꾸어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2019년 겨울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식될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낳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한 시기를 보내면서 페스트로 인한 공포와 죽음 등 극한의 절망과 고통을 그린 카뮈의 『페스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겪는 모든 두려움의 시발점이자 종착지는 죽음이다. 자기 자신이병들어 죽을 수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회피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두려움도 불안도 없겠지만, 우리는 거부할수 없는 숙명처럼 늘 죽음을 품고 살아간다. 감염병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공포와 불안감은 더 커진다. 카뮈의문장처럼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으며 수십 년의 세월을 가구나 속옷 사이에 잠자며 살아남을 수 있고, 또 방이나 지하실 혹은 흰 종이의 갈피 속에서 여전히 집요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바로 감염병이다.

소설에는 페스트가 휩쓴 가운데 봉쇄된 알제리의 ‘오랑’에 재앙에 대응하는 각기 다른 이들이 등장한다. 우연히 이 도시에 머물던 신문기자 랑베르, 페스트를 신이 내린 형벌이라 여기고 신의 뜻에 따르자고 설교하는 파늘루 신부, 페스트와 싸우기 위해 ‘보건대’를 조직해야 한다고 주동하는 ‘타루’, 의사의 사명을 다하려는 리유 등이 이들이다. 오랑에 고립된 이들은 공포와 불의가 절정에 이른 페스트 상황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처해 나간다. 그러나 페스트는 물러설 기미 없이 도시 인구의 절반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소설은 오랑에서 페스트가 종식되는 것으로 마무리 되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적(들)과 전쟁 중이다. 의사 리유의말처럼,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았으며, 언젠가는 인간에게불행과 교훈을 갖다 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페스트 이후 우리가겪는 최대 공포와 불안은 서로에게 벽을 치며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것이다.우리는 서로에게 단절되어 자연스럽게 고립된다.

누군가 기침을 하자 사전에 약속이라도 했었던 듯/ 시선들이 일제히 벽이 된다 격리된 그가 몸부림치다/ 제압된다 그와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피부색이 같으며 동일한 풍속을 지닌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손과 발이 묶이고 코와 입이 막힌다//…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병을 낳고 키운다//…모두가 병이 되고 있다.

- 오성인의 시, 『코로나』 중

누군가 기침을 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등을 돌린다. 같은 동네, 같은 언어, 같은 피부색과 동일한 풍속을 공유한 사람들마저도 타인이 되는 현실을 그려낸 시다. 코로나보다 더 위험한 것은 감염병에 대한 공포로 인해 타인을 철저하게 배척시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치유될 수 없는 병이 아닌가. 이제 우리는 의사 리유의 말처럼, “함께 사랑하든가, 함께 죽든가, 그 외의 수단은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감염병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해 서로를 지켜내는 일이다.

   
▲ 이송희(시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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