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봉관 잔디 조성 전 모습

우리 대학 정문을 지나 메타세콰이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용봉탑 뒤편에 근대식 건축물인 빨간색 벽돌 건물이 눈에 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이 건물은 1957년부터 1996년 5월 신 본부 건물(현재의 본부)이준공되기 전까지 대학본부로 사용되었던 용봉관이다.

1951년 12월, 전남대학교 임시사무소가 학동의 의과대학 부지에 설치되었다. 개교 당시에는 대학의 총체적 운영을 담당할 행정 기능이 원만하게 수행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6·25 한국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었으며, 교수 연구실과 실험실, 강의실 등 모든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

초대 총장 최상채 박사는 용봉동에 캠퍼스 부지를 마련하여 강의실을 짓고 시설을 갖추는 일에 전념하였다. 1954년 용봉동 부지를 매수하였으며, 건설비를 절약하기 위해 1954년 8월에는 학교 내에 벽돌공장을 건설하였다. 1954년 11월 13일 종합캠퍼스 건설기공식을 거행하고, 본격적으로 건물 신축 공사에 돌입하였다. 가장 먼저 짓기 시작한 건물은 합동강의실과 도서관, 그리고 대학본부 건물이었다.

1956년 4월 21일 착공을 시작한 대학본부 건물은 1957년 12월 2일 준공됐으며, 의과대학에 임시로 있던 대학본부(총장실, 사무실)가 용봉캠퍼스로 이전하여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대학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 대학본부(용봉관) 신축공사(1957년)

연면적 2,541㎡ 규모의 3층 적벽돌 조적식으로 총 공사비 칠천만원(「전남대학」신문 45호, 1957.12.15.)을 들여 만든 용봉관은 일본 경도대학 본관 건물을 본 떠 설계하였다고 한다.

용봉관은 중앙에 차량용 현관 출입문(고급 호텔 로비처럼 차를 현관 앞에 세울 수 있도록 설계)과 시계탑을 두고 좌우 대칭의 공간과 장방형의 창을 조화롭게 배치하였다. 용봉캠퍼스 중앙 축인 정문으로부터 용봉탑, 봉지, 백도에 이르기까지 일직선상에 위치하도록 배치하였으며, 건물 중앙에 동서 방향으로 복도를 만들어 각 사무공간(총장실, 총무과, 학사과, 학생과, 교무과, 경리과, 시설과 등)으로 통행할 수 있게 하였다.

▲ 용봉관 후면부 증축공사(1960년대 추정)

대학본부 조직이 확대되면서 사무공간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1993년 2월 옥상에 가건물을 설치하여 연구진흥담당관실(현재의 연구처)로 사용하였으며, 1996년 5월에 신 본부 신축으로 대학본부 전체가 현재의 본부 건물로 이전하였다. 대학본부가 이전하면서 용봉관 1층은 병무행정실, 박물관 학교 역사실, 박물관 기획전시실로 사용되었고, 2층은 사회교육원(현재의 평생교육원), 5·18연구소 등이 입주하였다.

본부건물 신축으로 용봉관의 대학본부가 신 본부 건물로 이사하자, 용봉관을 무슨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가 큰 고민이었다. 대학본부에서는 용봉관을 박물관으로 사용하려 했지만「박물관 구본부입주심의위원회」(위원장: 최협 교수)가 용봉관 건물이 부실하여 박물관 용도로 부적합하다는 최종 판정을 내렸다.

당시 용봉관 2~3층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바닥 평면이 가운데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건축 당시 슬라브의 철골을 철근으로 하지 않고 구멍철판을 잘라 사용하였으며 구멍철판의 간격을 촘촘하게 하지 않아 건물 바닥 처짐 현상이 발생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용봉관은 초창기부터 1996년 신 본부 이전까지 여러 차례 누수가 발생하였으나,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용봉관을 박물관 용도로 변경할 것인지 검토하던 중 시계탑 돌출부분의 벽돌 색깔이 옅어진 것을 발견했으며, 벽돌이 저화도로 구워져 빗물이 스며들어 누수가 발생한 것 같다는 직원들의 의견이 있었다. 추후 시설과에서 고화도 벽돌로 교체한 뒤 누수를 잡았다고 한다.

▲ 1960년대 용봉관 주변 풍경

용봉관의 시계탑과 뒷면 계단 중심부 오목한 부분의 3층 이상 계단 상부는 처음부터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우측 측면의 벽돌 절단 접착면으로 보아 2~3층 측면 ⅓ 후면부와 후면부 전체에 대한 증축, 그리고 좌측 측면의 벽돌 절단 접착면 및 1층 기단부분의 화강석과 시멘트 공사 흔적 등으로 보아 절반이 증축되었으리라 추측된다.1981, 1982년 두번에 걸쳐 중축이 되었다.

2001년 9월, 5·18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사학과 최영태 교수가 강정채 총장에게 대학 내에 5·18 추모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5·18연구소와 대학본부는 대학의 상징적 건물 중 하나인 옛 본부 건물 1층에 ‘전남대 민주화운동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하였다.

2005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기념관 시설이 추진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의 지원과 후원으로 2005년 5·18 25주년을 맞이하여 용봉관 1층에 ‘5·18기념관’을 개관했다. 5·18기념관은 1980년 5월 민중항쟁을 정점으로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 역사에서 전남대인들이 함께 걸었던 발자취를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공간이며, 세대 및 지역간에 5·18을 공감하여 연대할 수 있는 기억과 학습의 장이다.

전체 면적 약 52평에 ‘민주 역사관’, ‘민주 감성관’, ‘민주 열사관’, ‘민주 정보관’을 주제로 4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하였다. 전시실에는 광주 일반시민, 우리 대학 출신 민주화운동가 및 교수들이 소장하고 있던 성명서, 전단지, 회의록, 메모, 서적, 사진, 비디오와 희생자들의 유품, 항쟁 당시 용품 등 귀중한 자료 1천 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 1980년대 용봉관과 정문

용봉관 2층에는 2012년 6월 27일 개교 60주년을 기념하여 ‘전남대학교 역사관’을 개관하였다. 전남대 60년의 역사와 함께 우리 학교와 선배들의 행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은, 기존 학교 박물관에 있던 학교역사유물 450여점을 선정하여 상설전시실에 5개의 테마(대학발전사, 대표와 상징, 대학일람, 체험존, 추억여행)로 나누어 전시하였다. 이 곳은 교직원, 동문, 학생들이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추억의 장소가 되고 있으며, 학교역사유물의 수집, 보존, 연구, 출판 등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

40여 년 간 대학 행정의 중심 축이었던 용봉관은 1996년 5월 14일 현재의 대학본부 건물이 준공되어 본부가 이전한 후 평생교육원 등으로 사용되었다. 2015년부터는 5·18기념관, 대학역사관, 여성연구소, 5·18연구소, 호남학연구원이 입주하여 사용하고 있다.
한때 100여 명의 직원들이 대학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던 일터였던 용봉관, 지금은 캠퍼스투어를 위해 찾는 소소한 방문객들을 보며 5·18을 추모하고 전남대의 발전을 기원하는 소중한 역사의 공간으로 거듭 나길 소망해 본다.

<참고문헌> 전남대 50년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전남대학교 60년사, 전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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