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Sociality)’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의 사회성이란 동물 집단의 개인이 사회 집단을 이루어 협력하는 경향, 또는 사회를 형성하는 정도를 뜻합니다.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 중 협력, 분업, 군집형성 등 사회성을 나타내는 생물들을 ‘사회성 생물’이라 칭하며, 대표적으로 인간, 침팬지, 고래 등의 고등 포유류와 개미, 벌 등 군집 곤충들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수많은 장점을 공유하듯, 동물들도 사회를 이루면서 구성원들의 협력 및 분업 등으로 장점을 극대화합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따라오기 마련이죠. 사회성 생물에게는 전염병 등 질병에 대한 취약점이 존재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사회성 생물의 대표주자는 단연 꿀벌입니다. 꿀벌은 개미, 말벌 등과 함께 사회성 곤충인 벌목에 속하며, 이들은 가장 높은 사회성을 보이는 ‘진사회성(Eusociality)’ 곤충이라 칭합니다. 여기에 속하는 분류군은 개체별로 생식, 육아, 먹이사냥, 방어행동 등의 업무가 효율적으로 정확히 분담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를 공유한 개체들이 커다란 군집을 이루어 공동 생활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염병 앞에서는 이 장점들이 커다란 단점으로 닥쳐옵니다.

국내에 서식하는 토종 꿀벌들의 개체수를 급격히 감소시킨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SBV)의 경우, 유충이 썩어 폐사하는 질병을 일으키며, 전염력이 굉장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BV에 감염된 일벌이 꽃에 바이러스를 묻히고, 미감염 일벌이 SBV가 함유된 꽃가루/꿀을 가져가 벌통 속의 애벌레에 먹이면 애벌레가 죽게 되며, 죽은 애벌레를 밖으로 꺼내는 과정에서 일벌들에게 감염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문제는 SBV의 전파력으로, 이 과정 중에 약 6km 이내 활동반경 내의 벌통에 순식간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봉군이 절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이 바이러스에 대한 완전한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으나 새로운 여왕벌의 생산, 낭충봉아부패병 저항 꿀벌 품종 육성 및 보급, 그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발병 개체군 격리 및 소각 등의 간접적 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회성 생물의 장점인 군집 생활이, 몇몇 개체의 전염병 전파로 인한 집단 전체의 붕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성 생물의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발병 개체군 격리 및 소각이라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었습니다.

생물학, 그 중에서도 생태학을 공부하면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백만의 종 가운데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중 인간을 특별한 종으로 특정할 수 있는 특성이 여러가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주요한 특성이 바로 사회성과 지성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요즈음, 우리는 인간의 가장 큰 특성인 사회성을 제한하면서까지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를 극복해왔지만, 개개인의 퇴보된 지성이 특정 집단에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 우리는 다시금 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바뀔 것이라는 뉴노멀 시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 지성과 사회성으로 이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길 소망합니다. 

이 주 현
(생물과학·생명기술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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