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전 세계를 화염과 폭음 속으로 몰아넣었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습니다. 인류는 지금껏 보지 못한 참사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찾아온 또다른 적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바로 역사에 남은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 스페인 독감입니다. 그 당시 인구 16억 명 중 약 5억 명이 감염되었고, 20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은 근대 공중보건 체계가 갖추어진 이후 대유행한 전염병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세계인들은 또다른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유행입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성에서 발생한 CORVID-19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어원 그대로의 ‘지구촌’이 함께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우리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도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는 중입니다. 놀랍게도 이번의 바이러스 대유행은 100년 전 스페인 독감의 전파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엄청난 숫자의 감염자, 빠른 감염 속도, 범세계적 유행 등등.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전 세계인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독감 사례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1/3이 감염되었음에도 사망률은 2%가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바이러스의 특성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트리기 위해서는 숙주가 죽지 않고 건강히 잘 움직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는 자가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만약 바이러스가 너무 강력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면 바이러스 자신이 퍼지기 전에 숙주가 죽게 되므로 전염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반례로 아프리카를 강타한 에볼라의 경우, 50%에 달하는 사망률을보였으나 감염자의 치사율이 너무 높은 탓에 1년 내에 진정되었습니다.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이는 사람 간 직접 감염이 문제가 되는(잠복기 전염 포함) 코로나 19의 경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전파의 원천 차단이 가장 좋은 해결책인 이유입니다.

생태학의 정의는 ‘생물들 사이, 그리고 생물과 물리적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벌써 코로나가 일상 속에 침투한지 석 달째,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2020년을 살아가는 현재, 감염생태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 지구적 감염생태 속, 대한민국의 적극적 검사와 진단, 확진자 동선 추적 등 포괄적 질병 대응 전략이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생물들, 생물과 환경 사이를 연구하는 생태학적 사고가 코로나 사태의 진정에 도움이 되기를,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 함께 이겨나가길 소망합니다.

▲ 이주현
(생물과학·생명기술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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