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4월 18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200만 명을 넘어서고, 이로 인한 사망자는 1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피해는 규모면에서는 중세의 흑사병이나 20세기 초 스페인독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하나의 유기적인 생활공동체로 연결된 21세기 글로벌체제에 이번 코로나 사태가 사회 전 영역에 주는 파급 효과는 역사상 유래 없이 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우리나라의 교육 일선에서는 건국 이래 ‘온라인 개학’을 하고 ‘비대면강의’를 운영하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상형문자인 갑골문 교(敎)자의 형상에서 알 수 있듯이 고대 중국인들은 가르침이란 ‘매를 들어서라도 자식을 훈육’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기서 핵심은 체벌이 아니라 교육은 모름지기 ‘직접 대면하여’ 훈화하고 모범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교육을 위한 동서고금 최고의 고전인 공자의 《논어》나 플라톤의 《대화》는 전체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스승과 제자가 서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대화와 토론을 교유하여 지혜를 탐색하는 소위 대면수업법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임시 운영되고 있는 비대면 교육은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파행적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은 교육자와 수요자 어느 누구도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모험을 강행할 수 없는 펜데믹 상황이다.

다행히 우리의 일상은 이미 개인적 소통은 물론 공적 결재와 솔루션 대부분을 SNS와 온라인 등 ‘비대면’의 방식으로 대체하는 상황이며 한국은 그 시스템과 포맷의 첨단을 구축해온 사회이다. 오히려 교육현장이 급변하는 현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마침 고등교육법시행령 개정에 발맞추어 전남대는 이미 2018년 전국 국립대 가운데 가장 선진적인 정기교육과정 개편과 학사행정 개편을 단행하여 관련 규정과 지침을 대폭 개선하였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는 교육부는 물론 일선 교육현장의 보다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교육 환경의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상투적이지만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2018년 교육과정 개편 때에도 그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적잖은 교원들이 변화에 대한 저항을 표명하였지만 현재의 글로벌 위기 국면은 교육자와 수요자 모두 변화를 당위로 수용하도록 전환시키고 있다. 다행히 전남대는 새로운 e클래스 포맷도 구축하였다. 그동안 미온적이던 교원들의 e러닝 신청이 향후 폭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장비와 인력, 그리고 예산과 몰입형 학습 공간의 조성 등이 시급하다.

4년마다 논의되는 교육과정 정기개편을 수시개편처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비상개편위원회나 TF를 구성하여 전면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 편성의 재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현 집행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교육콘텐츠 개발, 교원강의법 개선,
그리고 교육환경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어쩌면 전남대는 이번 기회를 통해 건학 70년을 넘어 100년 대계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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