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놀면 뭐하니?' 28화 중 한 장면

최근 ‘펭수’, ‘유산슬’ 등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사람의 부 캐릭터, 일명 ‘부캐’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영상매체 또는 현실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부캐 키우기’를 ‘멀티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란 다수를 뜻하는 멀티(multi-)와 가면 또는 외적 성격을 뜻하는 페르소나(persona)의 합성어다. 즉, 멀티 페르소나란 가면을 바꿔 쓰듯 한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정체성을 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SNS 속에서 등장하는 멀티 페르소나
사회가 개인화되며 각 상황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전환’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이러한 현상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등장하며 가속화·다양화되고 있다. SNS 속에서 멀티 페르소나는 단적으로 드러난다. 하나의 SNS에서 각기 다른 정체성을 지닌 여러 개의 계정을 생성하는 경우, 즉 ‘린스타’와 ‘핀스타’는 SNS 멀티 페르소나의 대표적 예다.

‘린스타’는 리얼 인스타(Real-insta), 진짜 계정을 의미하며 게시물의 공개범위가 ‘전체’로 설정된 계정이다. 린스타에서는 사용자가 허락하지 않은 팔로워도 게시물을 볼 수 있다.

반면 ‘핀스타’는 페이크 인스타(fake-insta)로 가짜 계정을 의미한다. 핀스타에서는 사용자가 허락한 팔로워만 게시물을 볼 수 있다. 때문에 핀스타에서는 린스타와는 다른 새로운 자아를 쉽게 설정할 수 있다. 요리, 운동 등 다양한 취미를 주제로 한 계정이 대표적 예다.

‘친구들과의 진정한 소통의 공간’으로 핀스타 계정을 사용하고 있다는 서유진 씨(경영·19)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 소통할 수 있고, 그들에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점이 핀스타의 장점인 것 같다”며 “또한 많은 친구들에게 동시에 자신의 소식을 알려줄 수 있어 편리하다”고 전했다.

‘지킬&하이드’가 아닌 또 다른 ‘나’
한 사람이 여러 자아를 지닌 상태를 설명하는 단어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바로 ‘이중 자아’라는 개념이다. ‘한 개인이 여러 개의 자아를 지니는 현상’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으나 부정적으로 인식돼 온 이중 자아와 멀티 페르소나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이중 자아가 자아 지각에 이상이 생긴 상태로써 부정적으로 인식됐던 반면, 멀티 페르소나는 다양한 정체성을 활용해 개인·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리된 정체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멀티 페르소나에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핀스타 사용자들의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수남 교수(사회)는 “SNS는 자신의 삶을 공개함으로써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드러나는 공간이다”며 “자칫하면 삶 자체가 SNS 전시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삶을 과장·왜곡해 전시할 경우 심리적 불안감, 과잉 표출에 대한 강박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과도한 SNS 멀티페르소나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간극을 벌리는 원인이 된다”며 “무모한 SNS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는 활동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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