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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강내영(사회학과 박사과정)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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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30  23: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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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이후 음악성과 사회적 메시지로 오랫 동안 주목 받고 있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록 밴드 U2의 첫 내한공연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다녀오게 되었다. 열광적인 무대 뒷자락에 ‘울트라 바이올렛’이라는 곡과 함께 대형 화면 위에 다채롭고 화려한 색깔의 누구인지 모르는 몇몇 여성들 그리고 해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서지현 검사, 가수 설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의 얼굴이 등장했던 무대 연출이 기억에 남는다.

다음으로 1973년 당시 여성 테니스 챔피언 빌리 진 킹과 55세의 남성 챔피언 출신 바비 릭스의 ‘타임’지의 표지. 달 착륙 이후 미국에서 사상 최고의 시청률과 테니스 경기 최다관중수를 기록했던 이 둘의 일명 ‘성대결’은 여러모로 화제를 낳으며, 1960년대 말 이후 기존의 계급 투쟁 중심의 사회 운동에서 벗어나 여성, 환경, 인권, 평화 등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일어난 당시 신사회운동의 흐름 속에서 성평등 토론과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당시 미국에서는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58센트를 벌었다고 하는데,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가 34.6%, 즉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의 임금은 65만4000원이니 현재 한국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다음 컷은 거의 40여년의 시간이 흘러 한국의 범죄를 저지른 거물급 피의자들처럼 힘겹게 휠체어에 기대어 법정을 나서는 할리우드의 전직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 지난 25년 동안 수많은 오스카상과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며 미국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그는 이제는 전세계의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인물로 기억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리한 이후 도쿄지방재판소 앞에서 지지자들과 수많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담담한 표정으로 한 구석을 응시하고 있는 일본의 프리랜서 기자 이토 시오리의 신문 사진. 이토는 2015년 취직자리를 소개받기 위해 나간 자리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2016년 검찰은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에 2017년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성폭력 사실을 고발했다. 이 시기 세계적인 미투 운동에서 그녀는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적 존재로 떠올랐다.

사회의 변화는 공통의 실천을 가능케 하는 그 사회적 행위의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여러 사회과학적 이론이 이 실천을 촉발하는 근거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 사회가 지니고 있는 이미지, 역사적 경험 등이 공통의 실천을 촉발하기도 한다. 실천이 있으면 이론은 이를 도식화하고 새로운 실천은 이론을 변용시키는 과정이 반복되며, 새로운 실천의 과정이 발생한다. 정치, 예술, 과학 등과 같은 다른 사유활동들과 수많은 다른 대상들과의 마주침과 갈등의 틈에서 말이다.

다시 공연으로 돌아와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는 마지막 문구처럼, 나와 사회가 변화하는 새해의 첫날이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 강내영(사회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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