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샤넬 코리아 노조는 백화점 직원에게 강요되는 꾸밈노동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사측에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꾸밈노동’이 이슈로 떠올랐다.

노조 측은 직원들이 회사가 제시한 용모 단정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 정식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왔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법원이 본사 규정에 이러한 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요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여성의 꾸밈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이 평가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기 위해 ‘꾸밈노동’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꾸밈노동이란 서비스 직종의 여성이 용모 단정의 이름으로 가꿈을 강요받는 것을 의미한다. 인문대 ㄱ 씨는 “직장에서 꾸미는 걸 당연시하는 사회의 인식에 의아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용모 단정한 사람 구해요?
‘입술은 붉은 계열의 색상으로, 자연스러운 색상보다는 채도가 높은 색상을 선택해야 한다’ 한 영화관의 여성 아르바이트생 용모 규정이다. 꾸밈노동이 요구하는 규정에 따라야하는 것은 비단 아르바이트생만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여승무원은 몸에 꼭 끼는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어야 한다. 규정에는 볼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화장의 정도까지 명시돼 있다.

여성의 꾸밈은 실제 직무와는 무관하지만, 이러한 꾸밈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은 사회에 만연하다. 이러한 인식은 여성의 외모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만들고 이를 벗어나면 일탈로 간주하는 왜곡된 성 의식에서 비롯됐다. 여성의 미에 대한 사회적 규정이 노동 시장의 직무와 연결돼 용모 단정이라는 명목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유한나래 씨(산업공학·17)는 “화장을 하지 않고 출근할 때면 ‘얼굴이 밋밋하다’, ‘화장 좀 해라’는 말을 듣는다”며 “화장이 필수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전했다.

꾸밈노동 거부, ‘인정’의 의미 지닌다
출근할 때 화장을 하지 않거나 업무 시 구두를 신지 않는 등 최근 많은 여성들이 꾸밈노동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숙영 씨(사회·17)는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화장하는 나의 모습이 기괴하다고 느꼈다”며 “이제는 화장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추주희 교수(사회)는 “꾸밈노동에 대한 추가 수당 요구와 여성들에게 씌워진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꾸밈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꾸밈을 거부하는 것은 여성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과 상통한다”며 “결국 사회에서 규정한 여성성을 탈피함으로써 고정된 성 역할에서도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으로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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