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없었어도 내가...” 몇 년 전까지 여름철 극장가를 서늘하게 만들었던 공포영화의 단골 대사입니다. 2등이 1등을 시기질투해 옥상에서 밀어버리는 뻔한 레퍼토리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이 장면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는 세상. 과연 우리들만 이렇게 처절한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갈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수많은 2등들의 생존경쟁 이야기입니다.

1858년, 다윈은 영국 린네 학회에서 진화의 필요충분조건에 대하여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개체간 변이’, ‘형질의 유전’, ‘한정 자원에 대한 경쟁’,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이며, 이 네 가지 조건이 만족한다면 진화는 반드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최재천 저, 『다윈지능』 인용). 우리는 여기서 ‘경쟁’에 대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개체들은 생존과 번식에 대한 본능으로, 제한된 환경 요인 내 최대한 많은 번식 기회를 가지려 노력하고, 그로 인해 많은 후손들을 남깁니다. 이 상황에서 남겨진 후손들은 제한된 자원 속 ‘생존과 번식’을 위해 무한 생존경쟁에 돌입합니다.

이 처절한 경쟁에서 1등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꽤 많은 개체들은 생존경쟁에서 탈락하여 죽음에 이르곤 하지요. 하지만 이 상황에서 1등을 포기한, 성공한 2인자들이 등장합니다. 생태학적 용어로는 이를 ‘기회주의자’라고 칭하며, 그들은 철저히 2등을 위한 전략을 고수합니다. 예를 들어 몇몇 개구리류 수컷은 울음소리를 크게 내어 암컷을 불러 짝짓기를 합니다. 하지만 일부 개체는 조용히 울고 있는 개체 옆으로 다가가 가만히 숨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암컷이 등장하면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암컷을 가로채 짝짓기를 합니다. 기회주의자들은 수정확률이 낮지만,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죠. 이런 예시는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목도리도요의 경우, 화려한 수컷끼리 암컷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동안 암컷과 닮은 수컷이 슬쩍 다른 암컷과 교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은 철저히 2등 전략을 구사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치사하지만 영리한 행동을 진화시켜 왔습니다.

곧 시험기간입니다. 중간고사 시험을 포함하여 학기말에는 학점과 함께 자신의 석차가 쫘악 나올 테지요. 하지만 낮은 석차에 실망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 세상이 원하는 것이 1등이라도, 영리한 2등들이 더 잘 먹고 사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습니다. 자기자신만의 능력과 개성을 살린 대학생활을 보낸다면 충분히 멋진 2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방송인 홍진호씨가 외치는 일갈이 요즈음 더 귀에 와 닿습니다.

“야! 2등도 잘한거야!!”

 

 

▲ 이주현(생물과학·생명기술학과 박사과정)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