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나 방학이면 스마트폰의 앱을 켜고 구글링을 하면서 가볍게 해외 여행길에 오르는 최근의 학생들이 1989년 이전에 국민들에게 해외여행의 자유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면 아연실색할 것이다. 전 국민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1989년 1월 1일 시행된 지 이제 30년, 즉 한 세대가 지나고 있다. 그 이전 식민지시대와 해방, 전쟁과 분단, 그리고 냉전과 경제개발로 인해 경직되고 폐쇄적이었던 20세기의 한반도 정세 속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먼 얘기였고 그만큼 우리의 정서와 문화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큰 격차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한 세대 동안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국민성이 최대로 발현된 부분도 해외여행과 국제화 분야였다. 70년대의 엄혹한 개발 독재와 유신체제를 거쳐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촉발된 80년대의 학생과 시민의 민주화 운동이 일정한 성과를 이루고 문민정부가 수립된 이후, 90년대 대학생들의 화두는 단연 배낭여행과 어학연수 등 봇물처럼 터진 해외 경험이었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첫 해 1989년 내국인 출국자 수는 121만 명이었는데, 2019년 출국자 수는 3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국민과 학생들의 해외 경험은 세계의 현황에 대한 직시는 물론 세계 시민으로서의 우리의 위상과 정체성을 객관적으로 성찰하는 데 크게 기여를 하였다.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10년이 지난 1999년 전남대는 학생들의 자발적 국외 체험 함양을 위해 방학을 이용하여 지원하는 ‘세계교육기행’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시행하였다. 학생들이 기획한 교육기행 계획서를 대학 본부에서 평가하여 3~5명 구성의 약 30~40 팀을 선정하여 방학 때마다 학생 1인당 40~80만원씩 지원하는 이 양질의 프로그램은 곧 학생들의 높은 호응 속에 10여 년간 운영되었다. 그 기간 3천여 명의 학생들이 세계교육기행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전 세계를 경험하고 체화하였다.

유감스럽게도 예산 등의 문제로 이 프로그램은 폐지되었지만 전남대학교는 해외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한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단순한 해외 체험은 일상이 되었고 기존의 프로그램으로는 앱과 구글링으로 자기만의 테마 여행을 기획하는 학생들의 트렌디한 취향에 조응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SNS 과시를 위한 지극히 사적이고 소모적인 해외 체험을 지원할 필요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현재 전남대학교는 ‘자유학기제’의 큰 틀에서 학생들의 현장실습, 어학연수 및 해외봉사 활동을 학점제와 연계하여 지원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교육기관에서 수업이나 실습을 이수하거나 인증된 기관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하면서 그 노력과 시간에 대하여 학점으로도 인정해 주고 있다.

올해 동계 방학기간에 참여할 교수연계, 국제워크캠프기구 연계, 외국인학생 주도 등 다양한 형식의 해외 봉사 프로그램의 신청을 접수받고 있다. 세계무대에 주인공으로 성장할 우리 학생들에게 해외체험은 여전히 절실하고 유효하다. 그러나 단순한 유희나 위락을 넘어 학생들이 현장 실습과 연수, 그리고 봉사 활동을 통해 세계 시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성숙한 코즈모폴리턴으로서의 자부심이 함양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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