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다. 설렘, 질투, 행복, 슬픔, 괴로움 등이 그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랑을 할 때 인간이 느끼게 되는 감정은 비슷한가보다. 제인 에어가 1847년에 출간됐음에도 제인 에어가 로체스터에게 느끼는 감정들은 요즘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에 빠졌음을 감지했음에도 애써 아니라고 부정하는 모습, 그와의 대화가 즐겁지만 일각에서는 잘해주면 떠나버릴까 걱정하는 모습까지.

소설은 제인 에어의 성장과정을 차근차근히 보여준다. 고아로서 박해 당하던 어린 시절, 자선학교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는 모습, 더 넓은 세상을 갈구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제인의 가치관이 성립하게 되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다.

소설에는 당대의 가치관이 담겨있을 수밖에 없다. 제인 에어에서는 당시 영국 사람들의 종교적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또 후반에 나오는 리버스 목사에게서는 칼뱅주의적인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다. 칼뱅은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신을 섬기는 일이고 그러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 사람이다. 리버스 목사는 하나님의 소명을 지키기 위해 인간적인 감정들을 외면하는 사람 같았다. 그놈의 선교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건 지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 면도 있었다. 또 제인에게의 청혼을 애정에 기반해서가 아니고 오로지 자신의 소명에 이르기 위해 도구로 삼는 것을 보고 섬뜩하기도 했다.

또 당시의 영국 사회는 여성을 수동적으로 보는 시선이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제인 에어는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나간다. 사회가 짜놓은 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개성으로 여러 일을 처리하는 모습들이 당대로서는 파격적이었을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제인 에어가 리버스 목사네 집 하인 해나에게 했던 말이다. 제인 에어는 로체스터가 한번 결혼했던 사람인 것을 알게 되고 손필드에서 자취를 감춘다. 돈을 하나도 가지고 나오지 않아서 구걸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던 중 리버스 목사네에서 제인을 구해준다. 하지만 하인 해나는 제인에게 집과 돈이 없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식으로 말한다.

“하룻밤 비바람을 피할 것을 거절했기 때문도 아니고, 나를 사기꾼으로 알았다고 해서 화내는 것이 아니라 집도 없고 돈도 없다는 것을 비난의 재료로 삼았기 때문에 화가 난다”고 응수한다.

돈이 없으면 비난받아 마땅한가.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는 돈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것, 머리를 숙여야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또 그 논리에 나도 모르게 동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제인의 말을 통해서 느꼈다. 한편으로는 돈이 없음에도 이렇게 당당하게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줄 아는 제인의 기품 있음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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