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풍경(soundscape)이란 소리를 뜻하는 ‘sound’와 경관을 뜻하는 접미어 ‘scape’의 복합어로, 귀로 파악하는 풍경을 의미한다. 1960년대 북아메리카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생태학 운동을 배경으로, 캐나다 현대음악의 거장인 머레이 셰이퍼(R. Murray Schafer)가 창시한 용어다. <전대신문>은 우리 대학의 자연, 학생활동, 역사 등의 주제로 다양한 소리를 수집해 1602호(3월 18일)부터 연중 기획 보도 중이다.

◆24시간이 모자란 ‘학생회관’

▲ 학생들이 쌓아 올린 기타 선율위에 웃음이 가득하다.

학생 시설하면 가장 떠오르는 곳은 학생회관이다. 동아리방과 학생식당이 있어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인 만큼 다양한 소리풍경을 갖는다. 학생회관으로는 캠퍼스 중앙부에 위치한 제 1학생회관(일생)과 사회대와 농생대 근처에 있는 제 2학생회관(이생)이 있다.

일생의 경우 신학기에 책을 사려는 학생들이 서점 앞에 줄을 서기도 하며 점심시간에는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줄지어 들어와 이생보다 왁자지껄하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서점에서 책을 옮기는 수레 소리,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 은행 업무를 보거나 우체국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한 지역 주민들의 소리가 학생회관을 채운다. 총여학생회실에서 환경 관리원 노래교실이 진행될 때면 흥겨운 트로트가 들리기도 한다. 1년에 한 번 진행되는 학생회 선거 기간에는 정책공청회가 열려 후보자와 학내 언론기구, 학생들 간의 열띤 질의응답이 오가고, 동아리 알림아리 기간에는 동아리의 열정적인 공연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밤이 되더라도 학생회관은 잠들지 않는다. 수업이 끝난 저녁시간은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간이다. 음악 동아리의 노랫소리, 댄스 동아리의 춤추는 소리, 체육 동아리의 운동 소리, 학술 동아리가 토론하는 소리 등으로 가득 찬다. 학생들의 고픈 배를 달래줄 야식 배달 오토바이 소리도 빠질 수 없다. 낮에는 학업에, 밤에는 문화 활동에 전념하는 전대인의 열정이 만든 소리풍경은 학생회관을 ‘학생’회관답게 만드는 요소다.

▲ 제1학생회관에서 기타 동아리 학생이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

◆휴식과 공부 사이 ‘스튜던트 라운지’

▲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인 '스튜던트 라운지'의 모습

우리 대학 건물 일부에는 학생들이 공부하거나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부르는 명칭은 스튜던트 라운지, 휴게실 등 다양하다. 스튜던트 라운지가 설치돼 있는 대표적인 곳은 인문대 3호관, 사회대, 경영대다. 생활대에는 혜윰나래라는 이름의 스튜던트 라운지가 있으며 최근에는 인문대 1호관에 공부카페가 생기기도 했다. 이상의 공간들은 스튜던트 라운지의 앞 글자를 따서 학생들 사이에서 보통 ‘스라’로 칭해진다.

도서관이나 정독실과 달리 대부분 스라에서 음식물 섭취와 노트북 사용, 휴식 및 대화가 가능하다보니 스라에서 나는 소리는 다양하다. 공강 시간을 때우는 학생들이 재잘거리는 수다 소리, 팀과제를 하는 학생들의 열정 넘치는 토론 소리까지 들린다. 과제를 하느라 분주한 학생들의 모습은 타닥거리는 키패드 소리가 잘 드러낸다. 아이스 음료에 들어있는 얼음에서 나는 달그닥 소리와 뜨거운 음료를 조심히 마시는 호로록 소리는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기도 한다.

시험기간에는 평소보다 많은 학생들이 스라를 찾는다. 하지만 오히려 조용한 풍경이 연출된다. 도서관에 자리가 없어서, 혹은 도서관의 적막이 답답해 공부를 하러 스라를 찾는 경우가 많다. 휴식보다 공부를 하러 오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시험기간이면 스라의 이용 방식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본보 1596호 ‘시험기간 스튜던트 라운지 이용,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적막한 풍경의 ‘도서관’

▲ 학생들의 공부 공간인 '백도'의 모습

적막한 도서관에서는 작은 소리조차 크게 느껴진다.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는 에어컨 바람 나오는 소리,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 옆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의 숨소리, 내 손목에 찬 시계에서 나는 초침 소리까지도 달팽이관을 간지럽힌다.

우리 대학 도서관은 크게 도서 및 자료 제공 용도의 중앙도서관(홍도)과 학습 장소인 별관(백도)으로 나뉘어 있다. 이외에도 법학도서관과 치의학도서관 등이 있으나 여기서는 홍도와 백도 두 공간을 집중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두 곳을 구별하는 가장 대표적인 소리가 있다면 ‘삐-삐-’ 소리다, 어떤 소리인지 알겠는가? 바로 홍도 2층 대출반납실에서 책 바코드가 찍히는 소리다. 그 외에도 반납된 책들을 관리하는 소리, 선반에 놓은 책들을 책장에 꽂는 소리 등 책들이 오가는 소리가 홍도에 울린다.

백도 열람실은 책장 넘기는 소리, 종이 위를 바쁘게 움직이는 펜 소리로 가득하다. 고요한 열람실에 들어설 때면 터벅거리는 발걸음 소리도 크게 들려 조심하게 된다. 백도에 학생들이 가장 많은 때는 역시 시험기간인데, 이때 1층에 있는 발권기 앞은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발권기 스크린을 두드리는 소리, 발권기에서 좌석표가 나오는 소리, 같이 공부할 친구를 기다리며 통화하는 소리, 저녁밥으로 어떤 걸 먹을지 고민하며 들떠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열람실에서 나와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 돌리는 소리, 매점에 들러 군것질 거리를 사는 소리, 매점 뒤 휴게실에서 허기를 달래는 소리, 몰려오는 잠을 깨기 위해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는 소리 역시 백도의 소리풍경이다.

◆사람 사는 소리 ‘생활관’
장거리 거주 학생의 집 역할을 하는 생활관의 소리풍경도 다양하다. 기숙사 출입문에서 지문인식을 하는 소리, 택배 상자 소리가 생활관 소리풍경의 시작이다. 저녁 시간이면 치킨, 피자, 떡볶이 등 야식 배달 오토바이의 부릉부릉 소리, 배달 기사님의 전화를 받고 뛰어나가는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취사가 가능한 3~6동 생활관과 8동 생활관에서는 재료를 씻고 칼질 하는 소리, 음식을 조리거나 볶는 소리, 달그닥 달그닥 설거지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리는 소리는 ‘ㅤㄸㅣㄱ ㅤㄸㅣㄱ ㅤㄸㅣㄱ… 부웅-… 땡!’인데 바로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소리다. 간편하게 편의점 음식을 먹거나 레토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탁기 돌리는 소리, 탈탈 빨래 너는 소리,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는 소리, 정독실에서 공부하는 소리, 가족이나 친구들과 복도에서 통화하는 소리도 생활관에서 나는 소리다.

매달 한 번씩 있는 점검일이나 입·퇴관일에는 색다른 소리풍경이 연출된다. 입관일이나 퇴관일에는 짐을 옮기는 수레 소리, 이를 도와주러 온 가족들의 소리로 소란하다. 점검일이면 청소기를 돌리는 윙윙소리, 빗질 소리 등이 들리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물소리와 쓱싹쓱싹 솔질을 하는 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9동 생활관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 영어, 중국어, 우즈베크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들린다. 식당과 문구점, 복사집, 카페 등이 생활관 건물에 들어서 있어 다른 생활관보다 다양한 소리풍경을 자아낸다. 농생대 근방에 위치해있는 8동 생활관에서는 동물사에서 들리는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등이 들리기도 한다. 이외에도 매 학기 진행되는 소방훈련 시 들리는 살수, 소화기 실습 소리 등이 있다. 생활관 축제인 반디제 기간에 들리는 음식을 사고 파는 소리, 이색 체험이 진행되는 소리, 뿜뿜거리는 공연소리 등도 생활관에 활기를 불어넣는 소리다. 

▲ 기숙사 9동(BTL)에서 짐을 옮기는 학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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