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평소 어머니처럼 알고 지내던 70세 할머니를 강간하려다 실패하자 토막 살인을 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새해 직전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막창집 밖으로 눈이 머리를 처박고 처박고 한다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애인처럼
12월 31일은 또 돌아올 것이고
자정 직전까지도,
무엇이든 소화시키고 배설하는 내장들은
구멍 숭숭 뚫린 연탄 위에서 몸을 베베 꼴 것이다
잘 익은 애인도 없이 일자리도 없이
집도 없이 보낸 질기디 질긴 지난 한 해를
꼭꼭 씹어 삼키는 의식을 치르며
사람들은 지금 새해맞이를 하는 것이다
올해도 사는 게 왜 이 모양이었는지 모르겠다고
서로의 사연을 젓가락으로 뒤적거리며
울기도 하는 어깨들, 그 사이로
더러워진 창문처럼 내걸린 사건 사고 소식은
쉽게 버려질 것이다
묵은 것은 죄다 지난 해의 탓이므로,
새해 직전까지만 실컷 담배도 피고 살인도 할 거고
아기 목도 조를 거라고 서로 증인이 되어줄 것이다
여기 한 접시 추가요, 계산서에 새겨지고 있는
바를 정자는 결코 누구의 좌우명도 되지 못할 것인데
어차피 입 안에 오물 한 바가지씩 물고 사는 거라면, 차라리
내장처럼 누린내만 걸친 알몸으로 거리를 기어다니면서
흰 눈으로 벅벅 서로의 몸을 손질하고 싶을 것이다
지금은 연말, 새해 직전이므로
모든 게 용서되는 때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고 새 달력이 걸렸을 뿐인데, 속죄가 된다.
직전이란 그런 것.
아무도 걸은 적 없는 새날에 지워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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