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 13편 중 본선에 오른 작품은 「망경의 책」, 「보이지 않는 죄인」, 「일말상초」, 「악어」 등 네 편이었다.
「망경의 책」은 작가의 지적 편력이 엿보이는 흥미로운 작품이었으나, 언어와 예술,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려는 욕심이 지나쳐 소화불량 상태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망경의 책」은 작가의 지적 편력이 엿보이는 흥미로운 작품이었으나, 언어와 예술,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려는 욕심이 지나쳐 소화불량 상태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보이지 않는 죄인」은 무관심 때문에 제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주인공의 반성과 성찰의 과정을 다룬 작품인데, 과다하게 노출되는 교훈적이고 감정적인 서술이 흠이라고 하겠다. 「일말상초」는 제목으로 독자에게 미끼를 던져놓고 반전의 재미를 주려고 한 작품인데, 탄탄한 문장에 비해 주제 의식이 아쉬웠다.
「악어」 는 변기 제조 공장을 배경으로 자본주의의 생태계를 그려낸 작품이다. 작업 현장의 생생한 묘사, ‘악어’라는 상징의 전면적 배치, 갑을 관계뿐만 아니라 을과 을의 관계마저 잠식시키는 자본주의적 폭력이 밀도 높은 문장과 속도감 있는 문체로 잘 형상화된 작품이다. 소설로서의 미덕이 많은 「악어」를 당선작으로, 문장의 성취를 보인 「일말상초」를 가작으로 삼는다.
단편소설이 고무로 만들어진 매끈한 그릇이라면, 이야기는 어느 정도로 담아내는 게 좋을까? 남실남실하지만 그릇의 매끈한 형태를 무너뜨리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늘어나는 소재라 해서 지나친 양을 욱여넣거나, 군더더기 많은 서술로 그릇의 맵시를 떨어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란 교수 (국어국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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