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5·18민주화운동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다. ‘시대의 외압으로부터 흔들리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키며 살아온 박종화 동문(신문방송·82)은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에 ‘노래와 함께하는 박종화 서예전’을 열었다.

박 동문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투쟁하기 위해 붓을 들었다.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1년에 작곡된 이후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 5·18을 대표하는 노래로 불리어왔다”며 “노래를 빼앗기는 것은 5·18의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기에 어이없고 억울한 심정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작가인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끝에 노래를 부르지 못한 9년간의 설움을 붓끝에 담아 써 내려갔다.

박 동문의 작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의 작품은 촛불 혁명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이 다시 허용되고 나서야 지난해 5월 서대문형무소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한 당시 시대가 민주주의 사회였는가에 대한 의문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전시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80년 5월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박 동문에게 그날의 일은 작년의 일인 것처럼 선명하다. 시민군의 마지막 항전 직전 날인 80년 5월 26일, 현장에 나가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으로 남아있다는 그.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20대부터 5·18을 시와 노래로 담아왔다. ‘서글픈 고정관념’, ‘바쳐야 한다’, ‘투쟁의 한길로’가 대표작이다. 그는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쓰는 모든 행위가 당시의 한을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다”며 “이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붓을 통한 것일 뿐 이전 활동의 연장선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대문형무소 서예전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어떤 노래인지조차 몰랐던 관람객들이 전시 관람 후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에 감동했다는 박 동문. 이때 받은 감동을 광주 시민들에게도 전달하자는 결심으로 올해는 광주에서 서예전을 열었다. 그는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성인은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도 5·18을 제대로 배우고 기억할 기회를 줄 수 있어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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