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의 꿈 - ② 전공 살리기 어려운 사회
 
▲ 삽화=최윤정 일러스트레이터
<전대신문>이 창간 65주년을 기념해 20대의 꿈을 주제로 ① 넌 꿈이 뭐니? ② 전공 살리기 어려운 사회 ③ 그래도 꿈을 꾼다 순으로 기획기사를 연속 보도한다. 이번 호에서는 전공과 취업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며 전공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도한다. 1605호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춘들을 조망한다. 한편 지난 호(1603호)에서는 장래희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우리 사회가 정작 꿈 꿀 수 있는 기회와 배경을 제공해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20대의 목소리를 담았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 ‘전공 살려 취업’은 옛말이다. 취업준비생에게 4년동안 공부한 자신의 전공은 ‘한 줄의 이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취업 시장에서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는 특히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해당된다. 지난 해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전국 주요 대학 24곳 중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8 전국 주요 대학 취준생 취업준비 및 기업인식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공학, 자연 계열 학생들이 현재 준비 중인 스펙은 ‘전공 지식 및 학점’, ‘공인 인증 영어 성적’, ‘관련 분야 인턴십’ 순서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인문상경계열은 ‘공인인증영어성적’, ‘관련 분야 인턴십’이 1, 2위로 가장 높았고 ‘전공 지식 및 학점’은 3위에 자리했다.

취업을 준비하며 실무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력을 쌓는 데 집중했다는 인문대 졸업생 ㄱ씨는 “전공이 채용과정에 도움이 되지는 못했고 오히려 전공 때문에 취업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서류제출과 면접 전형에 있어 필요한 것은 전공보다 관련 경험과 능력을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조사에서 ‘취업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답한 계열도 ‘인문상경계열’이 70.5%로 가장 높았다. 자연계열 학생들이 55.7%, 공학계열이 44.5%‘있다’고 답한 것을 봤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실제로 인문사회계열에서 낮은 취업률을 보인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7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전체 계열별 취업률 현황’에 따르면 인문계열이 56.0%로 가장 낮은 취업률을 보였으며 자연계열(62.5%), 사회계열(62.6%), 교육계열(63.7%)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의약계열(82.8%)과 공과계열(70.1%)이 순서대로 높은
취업률을 보였다.

이렇다보니 20대들 사이에서는 취업시장에서 외면 받는 전공을 이르는 말로 ‘문사철’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도한다. 전통적인 인문학 분야인 문학, 역사, 철학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취업시장에서 외면 받는 전공을 이르는 말로 변질된 것이다. 반면 일명 ‘취업 잘 되는 학과’를 칭하는 ‘전화기(전기, 화학, 기계)’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채승희 씨(영어영문·15)는 “대부분 기업이 공대 계열을 훨씬 선호하기도 하고 인문계열은 지원 가능한 분야가 일반 사무 쪽으로 한정돼 있다보니 체감상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인 것 같다”며 “채용 인원이 적어 그만큼 경쟁도 더 치열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문계열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만족할 만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인문계 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공은 취업 따라?

학생은 점차 학문적 목표보다 취업을 위한 목적에서 전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요즘 EBS로 이과수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인문대 ㄴ 씨는 취업을 위해 이공계열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그는 “주전공으로 취업을 할 수 있는 폭이 좁기도 하고 다들 취업을 위해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복수전공을 하길래 결정한 것이다”며 “고등학생 때 문과였고 전공도 인문계열이라 갑자기 이공계 학문을 배우는 게 힘들지만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대학이 학문 탐구보다 높은 취업률을 달성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벌 없는 사회 박고형준 상임활동가는 “특정 기업 취업보장을 계약 조건으로 대학이 학과를 개설하거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유도하는 등 대학이 취업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학생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친 것 같다”며 “대학이 취업을 하는 데 있어 새로운 구심적 역할은 할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 취업률에 대한 암묵적 강조를 과도하게 할 경우 대학은 학문 탐구라는 본래의 역할을 잃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취업에 있어 전공보다 개인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 대학 대학일자리센터 전문상담원 차화정 씨는 “직무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는 전공무관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공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요즘에는 개인의 역량이 취업을 좌지우지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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