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우거지는 화창한 계절 4월이다. 하지만 우리 자신들도 모르게 지나치는 날이 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 하면 국내외 많은 분들이 떠오르지만, 특히 생각나는 분이 있다. 이일세 씨(58)이다. 그는 20대 중반에 국내 한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다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그 후 기나긴 병상생활을 거친 후 30대 초반에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 유학하게 된다. 불철주야 노력하며 하버드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귀국해, 현재는 국내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열린 세상’을 위해 온 정열을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유학시절 그는 교직원과 학생을 통틀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자신밖에 없었다고 한다. 특히 그에게 힘들었던 점은 학업을 위해 매일 매일 하버드대학교 정문의 중앙 대형 출입문을 드나들어야 하는데, 그의 힘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학교 측에 대형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고 학교 측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첫 학기 초에 출입문은 자동문으로 바뀌게 되었다. 해서 그는 하버드대학교 정문을 자동문으로 바꾼 일화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러한 미 유학시절의 소중한 경험이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데 그에게 커다란 용기와 힘을 주었다고 한다.

눈을 우리 나라로 돌려보자.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 재활교사가 지적 장애인들에게 폭행을 지시하고 이를 촬영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아직은, 인간적이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 할 공동체 구성원인 장애인에 대한 물리적·정서적 학대 등이 적지 않다고 평가되고 있다.

우리 대학공동체의 주요구성원인 장애인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어떠할까. 수업과 관련한 교육 ·학습측면에서, 캠퍼스시설 이용측면에서, 이들이 어떠한 불편을 겪으며 생활하고 있는지 우리 대학은 면밀히 조사·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장애인 학생에 대한 심층면담 등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그들의 고민과 아픔과 차별 여부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후 실사구시적인 대안이 하루빨리 우리 대학 차원에서 마련되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일련의 공공행정학도들이 그 당시 풍미해온, 사실과 가치를 이원화해 사실위주로 연구하던 사회과학계의 방법론을 비판했다. 대신 사회적 형평성(social equity)이라는 민주적 가치를 주창해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사조를 우리대학의 장애인 학생에 대한 정책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당시 공공행정연구자들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소외되었던 공동체 구성원(소수민족, 흑인 등 비주류 세력)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공공행정의 운영원리를 더욱 중시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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