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풍경(soundscape)이란 소리를 뜻하는 ‘sound’와 경관을 뜻하는 접미어 ‘scape’의 복합어로, 귀로 파악하는 풍경을 의미한다. 우리 대학 건축공학과에서 학사부터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한명호 박사는 2000년부터 소리풍경을 연구하고 있다.
 
한 박사는 “소리는 인간이 주관적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지만 그동안 물리적으로 측정해 수치, 객관화 해왔다”며 “물리적 척도로 측정하다보니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잃어갔다”고 기존 소리 인식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소리풍경은 1960년대 북아메리카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생태학 운동을 배경으로, 캐나다 현대음악의 거장인 머레이 셰이퍼(R. Murray Schafer)가 창시한 용어다.

시각에 편중 돼 있는 자연과 도시 계획론에서 벗어나 청각 및 전신 감각적 사고를 되찾으려는 이념인 소리 풍경은 생태학적 관심의 필요성이 증가하며 우리나라에도 들어오게 됐다. 한 박사는 “소리풍경은 소리 그 자체뿐 아니라 환경이나 문화의 부분적 요소도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이다”며 “한옥과 달리 오늘날의 공동주택은 차음, 단열로 인해 과거에 느낄 수 있었던 다양하고 쾌적한 소리풍경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리나라의 소리풍경 변화를 설명했다.
 
생태환경보존운동으로의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은 소리풍경에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한 박사는 “소리풍경은 ‘어떤 소리 환경이 연출될 수 있도록 할지’에 집중한다”며 “어떤 소리풍경을 연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염두에 둔다면 도시가 미래에 어떻게 변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고 소리풍경의 의의를 설명했다.
 
소리풍경은 감성을 통해 출발하기에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한 박사는 “자신의 몸으로 소리에 집중하며 오감을 확대해 공간을 파악하는 것이 소리풍경이다”며 “길을 걸을 때 ‘그 지역은 어떠한 소리를 연출하는지’, ‘지역 사람들은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의미와 가치를 파악할지’, ‘내가 생각하는 소리의 의미와 가치는 뭔지’ 환경과 분위기를 감성적으로 파악하는 체험을 하는 게 소리풍경의 출발이다”고 소리풍경을 직접 느껴볼 것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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