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자행한 5·18민주화운동 폄훼 및 왜곡 발언과 행위는 광주와 한국의 민주주의를 다시금 성찰할 수 있는 중요한 학습기회가 되었다. 그들의 불순한 주장은 사실을 왜곡했고 행위 의도는 우익결집에 있었기에 아까운 지면에 차마 언급하기조차 부적절하다.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히는 그들의 언행에 당사자인 우리 광주시민의 대응 내용과 격은 달라야만 했기에 특별한 인내와 지혜로운 대처에 모두들 애썼다. 전남대학교는 5·18연구소, 전남대민교협, 전남대교수회/평의원회가 차례로 나서 성명서를 통해 그들의 언행을 규탄했다. 그 이후에는 문재인대통령과 15개시도지사 그리고 여러 직능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직접 나서 그들이 왜곡한 사실을 적시하고 불순한 의도를 규명했다. 그동안의 경과를 종합하면 그들의 발언은 망언으로, 행위는 망동으로 정리되었다. 사필귀정이다.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그들의 망언과 망동에 대한 책임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는 것도 다행이어서 기대를 갖게 한다.

사회적 존재로서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조직이 공유하고 공감하며 공인하는 특정의 사건은 개인의 가치관과 조직의 정체성 구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사건 자체가 개인과 조직의 과거 행적과 현재 위상 그리고 미래 지향을 설명할 수 있는 사실적 근거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5·18광주민중항쟁은 개인의 정치적 판단과 지역 및 국가 공동체의 역사 반성과 미래 지향을 구성할 때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
 
5·18광주민중항쟁은 전남대학교와 광주시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관통하는 특별한 역사적 사건이다. 5·18광주민중항쟁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 새벽까지 10일 동안 광주시민이 전두환 신군부의 내란 및 군사 반란 그리고 무력진압에 저항한 역사적 사건이다. 5·18민주유공자 보훈 대상자 통계에 따르면(2018년 12월 31일 기준, 5·18기념재단, 2019),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총 4,415명으로 그 중 사망행불자는 181명, 부상자는 2,762명, 기타 희생자는 1,472명이다. 이 숫자는 지난 39년 동안의 진상규명 투쟁과정에서 국가와 관련 기관이 엄정한 검증을 통해 공인한 것이다. 그 결과 5·18광주민중항쟁은 1996년 김영삼 정권 당시 국가가 기념하는 ‘민주화운동’으로, 2001년 김대중 정권 당시 관련 피해자가 ‘민주화유공자’로, 5·18묘지가 ‘국립5·18묘지’로 승격되어 그 명예를 회복했다.

우리 광주시민은 당사자로서 1980년 오월 그 날 이후 지금까지 신군부세력과 그 지지 세력에 의한 온갖 가지의 왜곡 조작 폄훼와 싸우고 있다. 5·18광주민중항쟁은 우리 눈으로 직접 보았고, 귀로 온전히 들었으며, 온몸으로 체험했다. 많은 광주시민은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5월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5·18광주민중항쟁은 나와 동료, 가족, 이웃, 선배, 선생의 경험이었기에 폄훼될 수도 없고, 왜곡될 수도 없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망각할 수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 때 우리가 했던 저항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고 그 저항을 오늘과 미래의 민주사회 건설을 위한 정신적 동력으로 존중하고 있다. 5·18광주민중항쟁은 우리 모두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는 참여와 투쟁 그리고 긴장과 검증 속에서만 그 생명력을 지탱할 수 있고, 공동체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깨우침을 가르쳐주었다.
 
1980년 5월 27일 중무장한 계엄군의 진압작전에 항전하다 숨진 윤상원은 마지막 연설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우리는 저들에 맞서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그냥 도청을 비워주게 되면 우리가 싸워온 그동안의 투쟁은 헛수고가 되고, 수없이 죽어간 영령들과 역사 앞에 죄인이 됩니다 … 이 새벽을 넘기면 기필코 아침이 옵니다.” 그의 절실한 호소와 장렬한 희생은 우리가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직접 보여주는 실천이었다. 세계 역사와 한국의 현대사는 민주주의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의 5·18망언과 망동은 거짓과 싸워 격퇴하지 않으면 거짓이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명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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