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촉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이 있다. 캘리그래피 작가 김군순 씨(경영·11)가 그 주인공이다. 김 씨는 캘리그래피의 매력을 ‘선의 굵기와 모양새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것’으로 꼽았다. 그는 “감정은 물과 같아서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며 “글이나 말로 표현할 때보다 캘리그래피로 나타낼 때 감정표현이 더 정확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했던 김 씨는 장차 미술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자신이 색맹이라는 사실을 알고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 회사원으로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하고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그가 다시 미술가의 꿈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그는 “군복무 시절 시집을 통해 캘리그래피를 접하게 됐다”며 “다른 미술과 달리 색상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캘리그래피를 보고 미술계열 꿈을 다시 꾸게 됐다”고 말했다.
 
캘리그래피를 만나게 된 김 씨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펜을 다시 잡았고 직접 그린 캘리그래피를 작품으로 전시회도 네 번이나 열었다. 그는 “처음 전시회를 열었을 때는 내 작품의 색 조합이 이상할까봐 걱정이 많고 두려웠다”며 “전시회를 보러 오신 분들께 물어보니 색맹 작가가 그린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고 색맹 작가가 이런 색감을 낼 수 있다는 거에 놀라워했다”고 회상했다. 전시회를 거치며 자신감을 얻은 그는 노력을 통해 색맹이라는 한계를 극복해보기로 결심했다.

캘리그래피를 접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는 김 씨. 그림이나 캘리그래피 작품을 공유하고 서로 배워나가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최근에는 그림 소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캘리그래피에 대해 잘 모르는 후배가 소모임에 들어왔었는데 나중에 실력이 크게 향상된 것을 보고 행복했다”며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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