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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디에 있을지라도■ 졸업생 기고
김성희(국어국문·12)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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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6  19: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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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청소를 했다. 겨울이 완전히 가지 않았고, 아직 봄이 오기엔 일러보였지만 겨우내 옷장에 걸려있던 패딩과 목폴라, 겨울바지를 상자에 집어넣었다. 먼지가 쌓인 곳은 닦아내고, 더는 손길이 닿지 않는 물건을버렸다. 먼지가 날렸고 기침이 났지만 마음이 가벼워졌다. 벚꽃 필 봄이 오길 기다리며 ‘나’를 정리했다.

2년 전 여름 코스모스 졸업을 했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분명 기뻤는데 뭔가 이상했다. 더는 ‘다음’이 없다는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초등학교 다음엔 중학교가 있고, 그다음엔 고등학교가, 또 그 다음엔 대학교가 있었다. 늘 다음이 있는 삶이었고 당연했으며 신분의 공백은 없었다. 상대방에게 “○○학교에 다니는 누구입니다”라는 ‘나’에 대한 설명은 명쾌했고 상대방의 질문도 군더더기 없이 학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러나 졸업 후 나는 나를 설명할 방법을 한동안 찾을 수 없었다. 소속 없는 이름을 말하는 것은 목차가사라진 책 같았다. 목차 없는 책은 도통 무슨 책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나는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알수 없었다.
 
지금은 안다. 졸업을 해서, 다음에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나’에 대해 고민한 적 없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내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며 재미를 느끼는가 혹은 무엇을 싫어하나 등 남에겐 자연스레 물었던 것들을 나 자신에게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혼란이 왔다. 물론 이 깨달음 뒤에도 힘들었다. ‘취업’이라는 것이 나의 발목을 놔주지 않았다. 결심한 만큼 공부도 되지 않았다. 주변은 나보다 빨리 세상으로 나아갔고 홀로 침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을 2년 가까이 보낸 내가 뒤늦게 후회하는 것은 그 시간 동안 ‘잘’ 놀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을 바에야 미친듯이 놀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하고싶다. 유흥을 즐기라는 말은 아니다.
유흥이어도 좋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 시간 낭비 같아 망설였던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했으면 좋겠다.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고3 수능이 끝난 교실과 비슷하다. 시간은 무한정으로 주어졌지만 시간만 흘려보내고 남은 것 없었던 그때를 기억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대학에 들어와 짧게는 4년, 누군가는 더 긴 시간의 끝을 맞이한 모두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 수업을 듣고,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며 누군가는 아르바이트로, 누군가는 학점과 취업 스트레스로, 그늘지게 살았을 모두에게 따뜻한 햇볕이 들길 바란다.

지난해에는 새해소원으로 고난을 이겨낼 지혜를 달라 빌었다. 올해는 재밌게 사는 법을 찾게 해달라고 빌
었다. 고난을 이겨낼 지혜가 재미를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꼭 자신만의 재미를 찾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모두의 졸업을 축하한다. 이 미친세상 어디에 있을지라도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 노래한 곡 남기고 이 글을 마치겠다.
♪♬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 
 
   
▲ 김성희(국어국문·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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