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쪽문 벽에 전시된 그림들이 바삐 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구부러지고 휘어진 선으로만 이뤄진 이색적인 그림들, ‘아빠가 죽었다’, ‘Road killed Bird(로드킬 당한 새)’ 등 적나라한 제목의 엽서가 사람들을 이곳에 머무르게 한다. 벽 한편에 걸려있는 철제 우편함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이 장소를 꾸민 사람은 최하얀 씨(미술·14)다. 최 씨는 자신의 ‘꿈 일기’를 엽서 형태의 작품으로 만들어 이곳에 전시했다. 전시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벽에 걸린 엽서를 가져갈 수 있고 우편함을 통해 전시에 대한 의견도 전할 수 있다. 평소 전시를 해보고 싶었으나 실천으로 옮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그는 “처음 해보는 전시이기 때문에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싶어 우편함과 엽서를 뒀다.”고 설명했다.

인문대 쪽문 벽은 주로 대자보가 붙여지는 장소로 누구나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대자보뿐만 아니라 가끔은 미술 작품도 전시된다. 다양한 생각이 덧입혀져 있고 통행객이 많아 작품을 전시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최 씨는 “인문대 쪽문 벽은 비용이 따로 발생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전시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인문대 쪽문 벽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꿈의 세계’라는 전시의 주제와 어우러져 작품의 의미를 극대화한다.”고 전시장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전시의 제목인 ‘SQUEEZE IT’에는 전시자가 먼저 감정을 내뱉음으로써 관람객도 감정을 배설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기획 의도가 담겨있다. 꿈에는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밀한 것들을 표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돼있다는 최 씨. 작품 제목은 그의 내밀한 감정들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나의 감정을 내뱉고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면, 인문대 쪽문에 들러 자신만의 솔직한 생각을 담은 엽서를 우편함에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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