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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 : 조금은 멀어진 이들을 위하여■기고
정시진(국어교육·18)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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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3  17: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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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한번쯤 가까운 사이의 사람과 멀어진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소중한 이에게 함부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랜 시간 막역하게 지내다보니 소중함의 색이 바래져서? 아니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 질려서?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먼저 답을 이야기하자면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인간관계는 더 깊어지고 본연의 ‘나’를 드러내는 일이 잦아진다. 서로서로는 더 각별하고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다는 이유로, 가까운 사이의 사람이라는 점으로, 알게 모르게 선을 넘고, 크고 작은 상처를 준다. 상처를 주면서도 그것이 설마 상처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느 정도는 자신을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한다.

벌써부터 잘못되었다. ‘해주다.’라는 말은 ‘선의를 가지고, 마음을 써서’라는 뜻을 가진다. 상처를 입은 이는 대수롭게 넘기거나, 마음의 책장에 상처의 책을 한 권 꽂아둔다. 어찌 되었든 흉터는 남는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상처는 곪아 있다. 고름에 신음하던 사람은 참다 못 견디어 절교를 통보한다.

우리는 잠시 어안이 벙벙하다가, 그제야 그 사람의 결여를 통해 그 사람의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리움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반복한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잘못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솔직히 말하면, 그 답을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자신이 그것을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 진정으로 마음을 나눈 사람이었다면, 서로를 잇는 인연의 실이 붙어있는 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너 그 동안 섭섭한 거 있었으면 말해봐, 오늘 풀자.”와 같은 식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하는 것이다.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이제 질문을 “왜?”에서 “어떻게?”로 바꾸어야 한다. 그것은 어렵지 않다. 단 하나, 자존심이라는 녀석만 빼면. 이미 다 나온 답을 영원히 납득하지 못할 자신의 입맛에 맞을 만한 핑계를 찾지 말고, 그냥 자신의 상대에게 소홀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제 조금은 멀어져버린 이에게 다가가 보길 권한다. 내가 마음을 나누고자 했던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좁지 않다.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나의 미욱함에서 기인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그 슬픔을 받아들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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