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키보다 훨씬 높은 서가에 꽂혀 있는 헌책, 곳곳에 있는 사다리, 오래된 특유의 묵은 종이 냄새.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헌책방의 모습이다. 이런 헌책방이 최근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활력을 잃고 있다. 25년 만에 돌아온 ‘책의 해’를 맞아 광주지역 헌책방의 현황을 살펴봤다.
 
발길 끊긴 계림동 헌책방 거리
광주 동구 계림동 광주고등학교 앞은 아직도 ‘계림동 헌책방거리’로 불린다. 1970년대만 해도 60여 곳 헌책방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 문을 연 곳은 고작 4곳(유림서적, 백화서점, 학문당, 광일서점) 뿐이다. 그마저도 책방 주인들이 고령에 달해 머지않아 문을 닫게 될 상황이다.

40여 년 간 이곳에서 책방을 운영 중인 백화서점의 박남순 씨(75)는 “하루에 두 권도 안 팔리는 게 지금 헌책방의 현실이다.”며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부터 책을 찾는 이들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손님의 발길이 끊긴 것은 백화서점뿐만이 아니다. 계림동 헌책방 모두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헌책방 주인들에 따르면 광주의 계림동 헌책방 거리의 역사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해방 직후부터 헌책방이 모이기 시작해 지금의 헌책방 거리가 됐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를 버텨내기란 쉽지 않다. 인터넷 문화가 대세를 이루면서 종이책을 읽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71년부터 책방을 운영 중인 광일서점의 김정랑 씨(76)는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경로 책밖에 없던 시절에는 헌책방을 찾는 손님이 굉장히 많았다.”며 “특히 최근 대형 헌책방이 생기면서 손님이 훨씬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 새로 책을 들여오는 유림서적의 모습
헌책방에 카페를 더하다
변해가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헌책방과 카페를 결합해 운영하는 헌책방들도 생겨났다. 유림서점 옆에 위치한 ‘커피유림’에서는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헌책들을 읽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구매도 가능하다.

커피유림을 운영 중인 유수진 씨(41)는 “2014년에 아버지가 운영하는 유림서점의 창고를 카페로 탈바꿈했다.”며 “애초에 헌책도 함께 판매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부모님 가게의 헌책들을 비치해놓으면서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2009년 개업한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광주 용봉점도 북카페와 헌책 판매를 겸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 안상열 본부장(42)은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이제는 많이 없기 때문에 카페의 기능을 더해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누구든지 편하게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장소니 많이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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