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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의 경험으로, 21세기 국제 질서를 본다.
서금석(전남대 사학과 강사)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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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9  17: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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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 동북아시아는 여진족의 통합과 팽창으로 세계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었다. 여진족은 나라 이름을 金(금)으로 바꾸고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더니 급기야 거란을 무너뜨리고, 곧바로 송나라 수도 변경을 점령해 버린다.

이제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실력자는 금나라로 바뀌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두만강 일대에 흩어져 살았던 이 여진족을 고려는 오랑캐로 여겼다. 고려와 금나라와의 대립은 확연해 보였다. 그러나 금나라 건국과 멸망에 이르는 130여 년간의 시기에 고려는 금나라와 평화롭게 서로 교류했다.

이는 10세기 거란이 동북아시아 지형을 재편했던 국제 상황과 상이한 모습이다. 고려가 금나라와의 의외의 평화시대를 꾸려간 것은 전대의 거란과의 전쟁에 대한 선험적 결과였다.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은 신흥 강대국 거란을 오랑캐로 여기고, 훈요십조를 통해 후대의 왕들에게 거란과의 교류를 금지시켰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려와 거란 간의 세 번의 걸친 전쟁을 초래하는 빌미가 되었다.

거란은 고려 성종 대에 고려를 침입했으나 서희의 외교적 담판으로 물러갔다. 그러나 이윽고 현종의 즉위와 함께 다시 쳐들어왔다. 고려는 거란의 두 번에 걸친 침입에 대해 대처해야만 했다. 거란은 2차 침입 때 퇴군 조건으로 내세웠던 현종의 입조를 요구했다. 그러나 고려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거란은 고려 현종 9년(1018) 겨울 초입에 소배압을 총사령관으로 하여 1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쳐들어왔다. 이것이 거란의 3차 침입이다.

그러나 거란의 3차 침입은 거란의 바람대로 그리고 녹록하지 않았다. 고려는 거란이 전방 방어선을 넘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북방에서 거란을 잡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의 평안북도 영주에서 거란을 막아냄으로써 거란의 더 이상의 남진을 아예 차단시켰으며, 강감찬은 지친 거란을 완전히 섬멸해 버렸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귀주대첩이다.

3차 전쟁에서의 고려의 승리는 향후 고려와 거란 간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고려는 거란과의 전쟁에서 두 가지 점을 체험하고 성공시켰다. 하나는 자기 방어력을 갖춘 것이며, 다른 하나는 교묘한 실리적 외교 실력을 취했던 것이다. 이 두 가지 이념과 모델은 계속 계승되어 12세기 급변했던 동북아시아에서 고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전통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은 약소국의 중립국 선언 혹은 중립 외교 선언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국적 국제 질서에서 힘의 세기의 균형은 결국 치밀하고 지속적인 실리 외교력과 자기 방어력을 기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고려가 거란과의 3차 전쟁 이후 200년이 넘는 동안 평화를 지켰던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이념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후 무신정병 이후 몽고의 출현에 대한 대처에 고려는 이 두 가지가 모델을 놓침으로써 또 다시 외세의 말발굽에 전국을 내주고 말았다.

21세기 지금 우리는 12세기 급변했던 세계 질서를 경험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실리 외교와 자기 방어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이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선험적 경험이 이를 말해 준다. 
   
▲ 서금석(전남대 사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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