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를 작성하고 늦게 집에 돌아가던 날 길에서 우연히 남자 지인을 만났다. 밤이 깊어 혹여 해를 당하진 않을까 무섭다고 하자 “하긴 그럴 수 있겠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너는 안 무서워?” “당연하지 난 남자잖아!” “!” 지금까지 밤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불안은 여성이기 때문이었다니.

사회적으로 미투의 물살이 거세지고 있지만 여전히 일상에서의 여성 혐오는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지난 7일 우리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여자화장실에서는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화장실에 갈 때에도 어두운 밤거리를 걸을 때에도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불안에 떨어야한다.

여수캠퍼스에서는 도서관 내 여학생을 대상으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벌어지자 여성전용열람실을 만들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뭐 그리 생각할 수 있다. 원래 내 불편은 가깝고 남의 불행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이런저런 불편을 겪는다 한들 여성처럼 신변에 위협을 받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미투 운동에서 진정으로 관심 가져야할 부분은 ‘여성의 현실’이 아닐까. 봄기운이 확연하지만 대한민국 여성들에게는 아직 한파가 떠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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