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요원遙遠한 만다린계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는 세계- 저는 묻기도 전에 덜컥 대답합니다. 불안의 경계에서 시를 쫓아가겠다고, 각진 한글로 가장 둥근 낱말을 피워내겠다고. 달큼한 주홍빛 향기가 펜 끝에 뱁니다. 작년 최종심 탈락 후 꼭 두 번째 도전 만입니다.

왜 ‘詩’냐고 물으신다면 근사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건 등단한 후에도 매한가지 문학은 가장 내밀한 욕망이기에 단지 그뿐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거기엔 그저 하늘이 있습니다, 마찬가지.

신호등과 충혈, 시적 환치를 통해 아득하게나마 피워내는 아포리즘. 앙금처럼 남은 시 <충혈>을 헤아려 준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부족한 글이지만 거기서 읽어주시는 활자 너머 바로 당신에게도 악수를 청합니다. 그동안 스스로를 닦달해 온 충혈 된 날들에게도 잠깐 화해를 청합니다. 붉은 핏기 흰자위 밖으로 사그라들고.

젊은 시인의 어깨를 잡아 주는 손 열상 입을 듯 뜨겁습니다. 더 정진하라는 의미겠지요. 통섭 사회 속에서 공학도를 믿고 영광을 주시는 형평에 마음 한 켠 덥힙니다.

뱉어 놓은 낱말을 봅니다. 날카로운 시어에 손가락이 저릿해 현실참여시 外 경량화 된 구절 일동을 적고 싶은 마음입니다. 과연 시가 아름다움만 노래하는 날이 올까요? 저도 선홍빛으로 걸린 푸줏간의 고기가(충혈 中) 두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무서운 건 이 모든 걸 말하지 못하는 날입니다. 무딘 낱말의 반의어는 날카로움이 아니라 예리함이라 믿습니다. 저는 끝까지 생채기 나지만 단단한, 이른바 詩를 쓸 겁니다.

최류빈(시 부문 당선자)
최류빈(시 부문 당선자)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