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여름이 특별한 기억 없이 지나가던 어느 날 그렇게 동유럽 여행을 떠났다. 동유럽 여행 일정 중 가장 오래 머물렀던 크로아티아는 그야말로 눈에 담으면 그림이 되는 곳이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공항에 도착하여 차로 이동하는 순간부터 사진으로만 봐왔던 주황색 지붕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평범하게 지나가던 스무 살의 여름에 특별한 무엇이 피어난 순간이었다.

크로아티아 여행 일정은 두브로브니크에서 시작해 흐바르 섬과 스플리트, 그리고 플리트비체를 거쳐 수도 자그레브에서 마쳤다.

두브로브니크의 탁 트인 풍경 앞에서는 학기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이곳은 성곽 도시로 성벽 안의 구시가지가 유명하다. 구시가지는 다른 방법으로 두 번 즐길 수 있다. 성벽 안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는 건물들이 삼삼오오 붙어있어 생기는 정겨운 느낌을 받는데, 성벽에 올라가 걸을 때면 전체적인 구시가지의 탁 트인 전경을 보는 시원한 느낌도 추가된다. 두 방법으로 즐긴 두브로브니크는 모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흐바르 섬과 스플리트는 쉬어가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낮에는 아름다운 건물과 풍경을 가지고 있지만 저녁에는 조명이 빛을 내는 광장과 거리에 수많은 사람들과 흥이 넘치는 공연들을 볼 수 있었다. 낮의 더위에 지친 몸을 저녁의 거리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공연을 보며 회복했다.

플리트비체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국립공원이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은 영화 아바타 배경의 모티브가 됐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호수를 둘러싼 우뚝 솟은 돌산들은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자그레브는 출발 전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만큼 현대화 됐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착과 동시에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곳곳에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곳들이 많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 도시라고 느꼈다.

크로아티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 여행까지 마친 후 힘들었지만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눈과 마음 모두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스무 살 여름의 기억은 얻은 것 없이 지나갔던 7월의 여름처럼 평범했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가올 겨울 방학에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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