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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관계, 어떻게 볼 것인가?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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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8  10: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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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허진서 객원기자
도대체 4차 산업혁명과 교육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4차 산업혁명은 산업, 기술, 기껏 확장해야 경제와 관련된 변화이지 않는가? 왜 교육을 산업혁명에 기대어 이야기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은 참신하고도 합리적인 비판처럼 들린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와는 달리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때에는 더욱 그래 보인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은 건강, 이동성, 금융 및 교육을 포함한 산업 분야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졌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BYOD운동(Bring Your Own Device: 수업에 자신의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가져와 활용하자는 교육운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신 ICT 기기를 활용할 경우 교육의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ICT 기술의 발달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졌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관계를 첨단 기술을 교육에 활용하는 단선적인 관계를 넘어 과학기술이 인간의 사유방식과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복합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한다. 포드(Ford)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는 근대적 공장이 출현하자 공장이란 아이디어는 자동차나 다른 제품의 생산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다양한 부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포디즘(Fordism)이라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포디즘의 영향으로 학교는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형태의 학교체제로 진화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이 산업혁명으로 그친다면 교육에 미칠 영향은 단선적이고 제한적일 수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이 하나의 이즘(-ism)으로 발전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바로 이런 연유로 우리는 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농업혁명은 토지를 자원으로 삼아 일어난 혁명이었고, 이전의 산업혁명은 석탄, 석유, 전기를 자원으로 삼아 일어난 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를 자원으로 삼는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빅 데이터를 얻기 위해 모든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이들을 연결시키는 작업 즉 만물인터넷과 초연결성도 필요하고, 빅 데이터를 얻기 위해 플랫폼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작업 즉 플랫폼 이코노미도 필요하다. 빅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인공지능도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자율 주행차, 드론 등의 산업과도 연계되며, 최근 우리의 많은 관심을 끄는 3D프린터도 산업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산업계 동향에 상대적으로 둔한 인문 교육학자인 필자의 눈에도 이런 흐름과 추세가 두드러져 보인다. 진정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계나 경제계의 변화로만 끝나지 않고 이미 우리 사회와 문화 전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원칙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뜻한다. 예전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고, 새로운 당연함이 생겨났다는 의미다. 이 말은 4차 산업혁명이 단순한 기술과 산업의 변화로만 끝나지 않고 하나의 이즘(ism)으로 등극했다는 뜻이다. 포디즘이 현대 학교체제를 출현시켰듯이, 4차 산업혁명은 교육에서도 뉴 노멀을 생성시키면서 새로운 교육체제를 출현시킬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또는 다가오는 미래 사회는 어떤 두드러진 특징을 지닐 것인가? 한 국가나 사회의 경제성장이 곧 일자리 증가와 소득 증대를 의미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입에 해당하는 현재에도 생산성과 GDP 증가로 경제는 성장하지만 일자리와 소득 증가는 수반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감소하고 임금소득은 낮아지는 추세적인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미래 사회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일자리도 현재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경제사회적 상황 변화는 교육의 성격이나 내용뿐만 아니라 교육의 목적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하게끔 만든다.
 
필자는 여기서 세 가지 사항을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진로에 대한 생각 자체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있던 여러 직업 중에서 나에게 적합한 직업을 찾아 이를 준비하려는 사고방식은 올드 노멀(old normal)에 해당한다. 소프트웨어와 빅 데이터 등 관련 역량 개발, 자기주도 학습능력 함양, 변화하는 세상에의 적응능력 배양 등을 통해 언제든지 자신의 삶을 설계하거나 재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성공은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 탁월할 정도로 똑똑한 사람보다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 능력이 뛰어난 자의 것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 1인 제조업시대를 대비하여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능력 즉 창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3D 프린터는 조만간 보편화될 것이고, 이는 제조업의 혁신을 초래할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는 기존의 직업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사람이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3D 프린터와 빅 데이터, 인공지능이 결합하면서 미래 사회에서는 10-50명 규모의 회사가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미래학자의 전망도 있다. 생애 설계의 올드 노멀이 기존 직업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면, 뉴 노멀은 새로운 직업의 창조 즉 창직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셋째, 미래의 새로운 일자리는 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과 인성 기반 서비스산업 영역으로 양분화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산업으로는 빅 데이터 관련 산업, 사이버보안 관련 산업, 유전체 관련 산업 등이 있을 것이다. 인성 기반 서비스산업으로는 기계성과 대비되는 인간성 즉 인성 관련 서비스 산업이 있을 것이다. 감성, 정서, 창의성 등 기계가 담당하기 어려운, 즉 인간의 보살핌이나 생각, 독특성 등이 요구되는 직업이 증가할 것이다.
 
일전에 영국에서 온 수학 전문가이자 벤처사업가를 만나 식사한 적이 있다. 두 시간 반 동안 이어진 둘만의 만찬 자리였다. 이 영국인 친구와의 만남은 이중적으로 충격적이었다. 첫째,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 이은 서울에서의 두 번째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만찬 테이블에 안자마자부터 수학교육 이야기에 들어가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무례함’을 보였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수학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그의 열정적인 주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2시간 동안의 수학교육 얘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수학교육은 ⓵ 실생활에서 문제 발견, ⓶ 수학적으로 문제화 즉 공식화, ⓷ 컴퓨터 활용하여 계산 즉 문제풀이, ⓸ 계산 결과를 실생활에 적용하여 문제해결이라는 네 요소로 구성된다. 그런데 우리는 세 번째 요소인 문제풀이를 곧 수학이라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컴퓨터를 통해 문제를 풀이하는 대신 손으로 계산하여 풀도록 하는 지루한 반복 작업을 시키면서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문제인식과 비판이었다. 영국의 명문학교 이튼스쿨과 옥스포트대학 수학과를 나온, U-tube 등에서 천재 수학자로 소개되는 벤처사업가 영국인 친구의 얘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수학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하나의 에피소드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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