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허진서 객원기자
하반기 취업 시즌에 입사 성공의 꿈을 이루려면 자신의 강점을 입사지원서와 면접에서 최대한 드러내야 한다.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과 ‘스펙보다 직무능력 중시’를 내세운 만큼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당락이 갈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각종 공모전, 서포터즈, 기자단, 홍보대사 등의 대외활동을 통해 취업의 초석을 다지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 지난 18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997명을 설문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45.1%가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더라도 자기소개서를 위한 또 다른 스펙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방대생 스펙 상경 감행해

대학생들이 가장 신뢰하는 취업커뮤니티로 꼽히는 네이버 카페 ‘스펙업(SPEC UP)’의 회원 수는 지난 23일 기준 170만 7천36명이다. 해당 카페에서 올린 2017년 주간 대외활동 리스트의 평균 조회 수는 약 2만 3천 회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외활동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편재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외활동 마케팅 업체인 ‘대학내일’에 따르면 취업 시 인턴제와 비슷한 스펙으로 분류되고 있는 대학생 대외활동은 전국적으로 2천 여 개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정부 부처가 주관하는 활동의 행사는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에 지방 소재 거주자들은 수도권 스펙 원정에 나서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간 기업이 주관하는 대외활동은 채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보니 지방대생은 울며 겨자 먹기로 스펙 원정을 떠날 수밖에 없다.

서울 소재 대학에 학점 교류 제도를 통해 상경한 문수현 씨(불어불문·13)는 “미디어계에 진출하고 싶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이 주최하는 '문화PD' 대외활동에 참여했다.”며 “광주에서도 비슷한 활동을 해봤지만 확실히 수도권과 지방에 정보 격차가 있는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오로지 대외활동을 위해 휴학 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대 ㄱ씨는 “취업하고 싶은 식품계열회사에서 진행하는 대외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서울에서 고시원을 얻어 생활했다.”며 “우수 활동자에게는 기업채용 시 서류면제라는 특혜가 있어 요새는 대외활동에 합격하기도 힘든 시대다.”고 전했다. 이어 “대외활동 경력 하나를 위해 방값, 식비 등을 합쳐 한 달에 100만원 가까운 생활비를 쓰는 것이 지방대생들의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해 10월 지방구직자 606명을 대상으로 '취업소외감'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8%의 응답자들이 '구직활동 시 지방에 거주해 소외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소외감을 느낀 이유로는 '인턴, 대외활동이 대부분 수도권에서 진행돼서'라는 답변이 응답률 55.0%로 1위를 차지했다. 전예린 씨(경영·16)는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의 대외활동 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경쟁력과 차별성을 보여줘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 명문대생과 취업 스터디를 하기 위해 상경하는 지방대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대외활동

서울에 올라와 대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지방대생들은 기업이 운영하는 블로그 기자단, 온라인 서포터즈 등 인터넷 상에서의 대외활동 자리라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에서 거주하며 수도권 지역의 대외활동에 도전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왕복 교통비, 숙박, 수업 시간표 조정 등의 문제를 겪게 된다. 오유경 씨(일어일문·16)는 “한 달에 많은 2번까지도 활동을 하는 데 번번이 서울로 올라가야 해 교통비와 시간문제에 있어서 무척 부담이 됐다.”며 “기관이 제시하는 수료 요건을 채우지 못해 도중에 포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내의 대외활동에 참여한다고 가정한다면, 광천버스터미널에서 서울 고속터미널까지 왕복 7시간이 소요되며, 비용은 약 5만원(일반 편도 1만7천600원/우등 편도 2만6천100원)이 필요하다. 대외활동이 많게는 일주일에 1번, 적게는 한 달에 1번 오프라인 모음을 가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지역별로 배려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활동인원 자체가 적은 지방에서는 비슷한 지역끼리 묶이더라도 만남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허희원 씨(수학·16)는 “학기 중에 진행된 지역별 활동에서 전라도 지역은 서로 거리가 멀어 제대로 된 만남은커녕 얼굴 한 번 본 게 다였다.”며 “뿐만 아니라 강의나 단체 행사도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이 많아 도중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고형일 교수(교육)는 “해당 대학이나 지자체에서 인턴 등 대외활동을 위해 서울에 올라간 학생에게 생활비를 일부 보조하는 등의 지원도 생각할 수 있다.”며 “지역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광주광역시가 노력해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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