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장에 ‘공정성 강화’ 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입사지원 시 출신학교, 학점, 가족 정보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 및 정보 기재를 배제하는 채용 방식이다.
해당 제도는 올해 하반기부터 332개 공공기관과 149개 지방 이전 공기업에서 실시되며 적용 범위는 점차 민간 기업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블라인드 채용 정책 시행 배경은 채용과정에서의 편견과 불합리한 차별 요소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한국방송공사(KBS)의 경우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했던 2003 년부터 2007년 사이 명문대 출신 입사자가 70%에서 30%로 줄었고 지방 대 출신이 10%에서 31%로 늘었다. 전북 완주에 위치한 한국전기안전공사 (KESCO)의 경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후 비수도권 대학 출신 비율이 32.1%에서 46.7%로 늘었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반응이다. 이지환 씨(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15)는 “명문대 출신이든 지방대 출신이든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기에 이 제도가 반갑다.”고 말했다. 한편 노기관 씨(경영·13)는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출신 대학을 간접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방법 등도 있기에 완벽한 블라인드가 가능할지 우려된다.”며 “지방 학생들을 우대하는 지역 할당제의 경우는 해당 제도의 취지와 벗어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 모임’ 박고형준 대표는 “블라인드 채용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를 타개하기 위한 첫걸음이다.”며 “사회적 병폐 해결을 위해서는 모두의 공감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갈등과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채용 어떻게 준비할까?

취업현장과 가장 맞닿아 있는 대학생 들은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고용노동부는 CPA(청년직업지도) + 프로그램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며 취업준비생의 직업·진로 선택을 지원하고 취업 서류 작성을 비롯한 구직기술 노하우도 알려준다. 김영종 리치앤코 인사팀장은 학력과 학점 등이 없는 상황에서는 지원자의 태도와 열정, 그리고 직무관련 지식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당락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 광산구청 인사담당자는 “지원하려는 기관에서 어떤 인재상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면접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불어 지 원자의 역량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이를 어필하려는 자세로 면접에 임해야한다.”고 전했다.


융합인재교육원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스토리로 풀어내 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대 학생활 중에 각자의 관심 분야에 맞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핵심이다.”고 말했 다. 정부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NCS는 산업별 대표 직무들에 대해 해당 직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지식, 기술, 태도를 필요로 하는지 국가가 정리한 산업계 표준이다. 이에 따라 개별 기업들은 고유의 인재상이나 핵심 가치를 반영해서 상황에 맞게 NCS를 채용에 활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시험에 대한 부담감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경연 씨(토목공학·11)는 “NCS는 결국 시험을 본다는 이야기이므로 또 다른 형태의 부담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행동과학연구소 김순호 수석연구원은 “NCS가 또 다른 스펙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입사 이후에도 직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 역량을 쌓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오버 스펙’이 아니라 ‘불필요한 스펙을 없애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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