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각종 사소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 발생한다. 흔히들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 열 가지를 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은 단순 쾌락이 목적인 경우가 많고, 하기 싫은 일은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 혹은 의무인 것이 보통이다.

나는 해야할 일을 하고 있지 않는 모든 순간의 머릿속 한켠에 불안함이 공존한다. 학생이 해야할 일은 공부다. 대학원생의 신분인 나에게 해야할 일을 먼저 끝내고 놀면 된다는 상식도 통하지 않는다. 학생이 해야할 공부 혹은 연구에 끝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다. 우리 학생들은 언제 어디서든 공부를 할 수 있으며, 하루하루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것은 취업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으려는 우리의 의무이다. 공부를 하고 안하고는 온전히 의지의 문제이고, 나와 같은 의지박약아는 꿀 같은 휴식 속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 즐거운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러니를 유발한다. 누구에게나 휴식은 필요하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휴식을 제대로 취할리 없고, 쉬지 못한 내가 일을 효율적으로 해낼리 없다.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이후로, 내 사고 회로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생각 또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잠자는 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내게 스스로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잠자는 시간 1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깨어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사는 게 더 좋은 방법이야!’라고 말이다.

내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것도 또 다른 예이다. 나는 공부하는 장소로 대게 도서관이 아닌 카페를 선택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조용한 것이 싫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그 고요함에 숨이 막힌다. 나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가 행여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까 마음 졸인다. 신경써야할 일이 한 가지 늘어나는 도서관은 내게 어울리지 않다. 적당히 시끄러워 내 행동에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좋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학생의 의무인 공부의 ‘끝이 없다’는 특성과 대한민국 학생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경쟁사회에서의 불확실한 미래에서 비롯된다. 휴식을 취하면서 죄의식을 느껴본 학생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휴식을 위해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일하는 내내 한 번도 쉬지 않고 벼를 베는 농부보다, 틈틈이 쉬어가며 쉬는 동안 무뎌진 낫을 가는 농부가 더 많은 벼를 벤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면, 사소한 일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의 휴식은 스트레스가 아닌 무뎌진 낫을 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 강상용(정보보안협동과정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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