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0월 29일, 헌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었다. 긴 한 문장으로 된 헌법 전문은 숨 쉬지 않고 읽었다간 숨이 멈춰버릴 수 있다. 그러나 절마다 쉼표를 두어 숨이 넘어가는 일은 없다.

‘왜 헌법 전문이 한 문장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곰곰이 새겨해 볼 일이다. 이 길고 한 문장으로 된 헌법 전문의 글자 수는 328자이며, 節의 수는 11개로 되어 있다. 한 번에 읽고, ‘주어+서술어’를 따지려하다가는 그 내용 파악을 쉽게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장문 속에 숨어 있는 그 의미만큼은 명료하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이상의 아름다운 서사시와도 같은 대한민국의 헌법 전문은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하는 기본적 가치가 그대로 모두 녹아 있다. 그리고 이를 그대로 이어받아 헌법 1조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원리와 이념을 담았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주인이다. 그래서 존경받아야 한다. 어렸을 적에 국가는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게 했다. 생각하면 억지 같은 시대였으며, 국민을 신민으로 키우기 위한 조치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상의 헌법 전문은 주권자의 의식화를 위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사항이다. 학생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대한민국의 국가 지도자 중에서 이상과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마음가짐을 지닌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 

  지난 4월 한 달간 전남대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단 주최로 ‘이런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주제로 인문학 강연회[사학과 김봉중 교수님 미국사 강의]가 있었다. 링컨이 1863년 11월 19일 펜실베니아 게티즈버그 국립묘지 헌정식에서 했던 불과 2분 정도의 짧은 연설은 명연설로 남았다.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로 시작하는 이 연설은 “-and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으로 끝난다.

문득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연설이 궁금하다. 취임사를 되짚어보았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 취임사에서 이 짧은 멘트를 최초로 사용한 분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그리고 2017년 5월 10일,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을 다시 들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이 음성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이후의 대통령들의 취임사에 첫 멘트가 되었다. 그 이전의 모든 대통령은 대단히 권위적이고 틀에 박힌,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우리를 불렀다. 이승만 대통령 취임사 시작은, 아예 ‘국민 여러분’을 부르지도 않고 자신의 개인적인 소회부터 시작했다.

“국민을 존경해야 한다.”

▲ 서금석(사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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