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총학생회장 재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었다. 투표기간을 이틀이나 연장했으나, 최종 투표율은 과반수에 턱없이 부족한 42.17%에 그쳤다. 여수 캠퍼스는 아예 입후보자가 없어 재선거를 치르지도 못했다. 대학의 핵심 주체인 학생들 스스로가 자치기구를 구성하지 못하게 되었다. 매우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1985년 총학생회 부활 후 31년 동안 이어진 자치기구 구성 및 운영에 최대 위기다. 대학의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인 민주시민교육의 실천 장이 사라질 상황이다. 그 동안 총학생회는 외부 세력의 탄압을 받고 관계자들이 제 역할 수행에 힘든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오래 동안 사회민주화에 대한 총학생회의 참여와 기여를 인정받으면서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의 선거 양태를 보면, 학생들의 자치기구 구성 및 운영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낮아지고 운영 역량도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보다는 대학문화의 변화에 있다. 학생들의 최고 관심사가 취업이고, 교수진의 최대 관심사가 연구업적에 있다 보니 대학공동체와 사회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무디어지고 참여는 낮아지고 있다. 개인의 사적 이익에만 집착하는 이런 대학의 분위기는 대학의 존립근거에 어긋난다. 대학은 사회발전의 한축을 이루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와 원리를 직접 실천하는 특별한 사회이며, 그 과정과 결과가 대학 밖의 사회에 적절하게 이어져야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다. 이런 맥락에서 학생들 스스로가 자치기구를 구성하지 못한다는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안타까운 사태이다. 뜻있는 학생들의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선거 무산과 관련하여 눈여겨 봐야할 것이 학생들의 자치역량이다. 이번 재선거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윈회는 지난 해 11월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과도한 선거비용을 줄이고, 입후보자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3명의 후보자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선거 초반에는 전례없던 경쟁을 통해 학생대표를 뽑을 수 있다는 큰 기대를 가졌고, 공정한 경쟁이 향후 총학생회 발전을 위한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희망했다. 그러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하게 전파된 가십거리들이 사실유무를 검증할 사이도 없이 학생들 사이에 무차별에 전파되면서 총학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더 부채질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중선관위가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선거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일들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판단하여 유권자인 학생들과 공유했다면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덜 했으리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제 공은 중앙운영위원회로 넘어갔다. 학생들은 여기서 모든 문제를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다. 우리는 중앙운영위원회가 그 동안 자치기구 운영과 관련하여 노출된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적절한 대안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자발적으로 자치기구를 결성하지도 못하고, 자신들의 권리와 책임도 모르며,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대학생은 상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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