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는 아직까지도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다네요. 나, 원, 참. 우리도 우병우라는 사람을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 뻔 했어요. 우리의 정신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국가도 해치는 여럿 분들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우병우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어떤 결핍과 어떤 콤플렉스, 어떤 갈증으로 자신을 그렇게 만들고, 국가를 이렇게 만드는지 우리는 다시 또 개인과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동시에,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나’로까지 생각이 미치게 됩니다.

내 상처와 결핍을 성찰하고 또 성찰하면서 내가 나를 보듬는 작업을 해나가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른 우병우, 또다른 최순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박근혜는 그냥 어떤 경우에서도 생략하겠습니다. 포기할 때를 알고 포기하는 것도 용기니까요.)

졸업하는 여러분을 축하하는 자리에 이런 불편하고도 부정의한 사람들의 이름을 오르내려서 죄송합니다. 그들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떳떳하게 우리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축하하기 위해 그랬습니다. 축하합니다. 어떤 사람이 국가를 헤집어도 우리는 공부하고 반항하고 분노하며 우리의 내공을 쌓았으니까요. 정말 장하고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졸업하는 모든 분들에게 ‘토닥토닥’ 위로와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공부하느라 수고한 나를 ‘쓰담쓰담’ 해주기도 벅찬 졸업을 하면서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현실에 힘들어 하고 있을 졸업생도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제가 쓰는 이 마음이 여러분에게 얼마만큼 가 닿을지 모르겠지만, 그러는 와중에 열심히 생각했던 것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내 길이다’ ‘내 길이 아니다’는 말을 면밀히 살펴보면, 어딘가 석연찮고, 찜찜합니다. 사회(어느 때곤 내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길을 가라고 말하지만, 내 길을 간다고 갔어도 성공(성공이라는 단어도 뭔지 잘 모르겠고)하지 못한다면,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라는 의문이 자꾸만 우리를 괴롭힙니다. 오히려 ‘이 길이 재밌다’ ‘이 길이 좋다’ ‘이 길을 걷고 싶다’는 말이 우리를 설득시키기에 그나마 조금 더 마땅한 것이 아닌가 하고요.

그러니까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감히 어떤 교훈이나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려는 게 아니라, 그저 여기에도 사람이 있어요, 여기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요, 우리 모두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라는 말,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였거든요. 여러분 모두 애쓰셨어요. 많이 울기도, 웃기도 했을 그 시간들이 여러분을 더 빛나게 할 거라 믿어요. 그럴 거예요. 우린 약하지만 강하니까요.

최근 재밌게 본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김사부가 이런 말을 해요. “열심히 살라 그러는 건 좋은데, 우리 못나게 살지는 맙시다. 사람이 뭣 때문에 사는지 그거 알고나 살아야 되지 않겠어요?” 언제부턴가 대학과 취업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애처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린 또 잘 살아야 하니까. 김사부의 말처럼 왜 사는지는 알면서 살아야 하니까.

개인과 사회 그 연결점을 모두 들여다보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우리 오늘도 한 발 한 발 걸음을 떼 보아요. 저는 어떤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할 생각은 없으며 다만 하고 싶었던 말은,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건강한 사회는 더더욱 멀게만 느껴질 것이라는 거였습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우리 사회를 정화시키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좋은 사람’ 되기를 포기하지 말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보자고요.

신원경(경영·09)
신원경(경영·09)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