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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를 보는 연습■1577호 기고
박지연(국어교육·13)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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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6  19: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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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로 몇 년 사이에 운전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동차 용품은 네비게이션이 되었다. 네비게이션이 생기면서 더 이상 길을 찾느라 빙빙 돌지 않아도 되었고, 도착지까지 몇분이 걸리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속도와 정확성이 중시되는 현 시대에서 네비게이션은 우리 삶 속에서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먼 훗날, 기술의 발전으로 인생 성공 로드맵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이 발명된다면 어떨까?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혹여 잘못된 길로 향할 때 알람이 울리는, 그런 기기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기기를 구입하고 자신의 목적지를 검색할 것이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 즐거운 일일까?
 
낯선 길을 찾아가는 모험 
네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아 크게 고생했지만 색다른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스물 한 살 여름, 나는 갑자기 모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아무 준비도 없이 친구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3박 4일간 250km를 가는 일정이었는데 오로지 우리는 종이지도 한 장만 가지고 있었고, 변화무쌍한 날씨에 지도는 금방 젖어 버렸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주소는 알고 있었지만 썰렁한 도로 위에는 도로 번호가 쓰인 이정표 밖에 없었고 자전거 여행을 중간에 포기하면 드는 비용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도로 번호만 따라가며 페달을 밟았다. 길을 잘못 들어 몇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고 공사 중인 도로의 경사면에서 뒹구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지만 점점 이정표를 보는 것은 익숙해졌고, 마침내 250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긴 했지만 무사히 자전거 여행을 마친 후, 이정표를 찾아가는 과정이 나를 성장시켰고 그것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처음 작은 힌트만을 보고 길을 찾아나갈 때는 이 길이 맞는지 정확하게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이고 끝없는 의심과 두려움을 가졌다. 

실수를 거듭하며 주체적인 ‘나’로 변화 
그러나 실수를 거듭하며 그 것에 익숙함을 느끼고 길을 더듬어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고 페달을 힘차게 밟아 나갈 수 있었다. 물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묘한 자부심과 성취감은 덤이다. 길 위에서의 ‘나’는 무작정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내 길을 직접 찾아가는 주체적인 ‘나’로 변해간다. 한 번 길을 찾는 방법을 깨친 후, 향하는 낯선 길은 더 이상 두렵지 않기에 자신감까지 생긴다. 그렇게 스스로 깨지고 부딪치며 헤쳐나간 길은 오롯이 나의 자부심으로 마음 속에 자리 잡는다. 간혹 나와 같은 길에서 멈춰 서있는 사람을 만나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길을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용기를 내어 스스로의 길을 찾길 
누군가가 안내해주는 길은 매우 편하고 안전하다. 그러나 안내해 준대로만 따라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성취감보다는 아쉬움이, 또 다른 길을 떠나야 할 때 생기는 두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길 위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래서 인생 성공 로드맵 네비게이션이 발명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용기를 내어 스스로 길을 찾아 헤매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다른 이들보다 빨리 효율성 있게 목적지에 도착하지는 못해서 조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알지 못하면 휩쓸리기 쉬운 세상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직접 방향을 짚어 찾아가는 것은 우리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박지연(국어교육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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