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성차밭빛축제'의 모습
파란 하늘 아래 푸르른 녹차 밭, 흔히 ‘보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렇다. 하지만 낮이 아닌 밤, 녹차가 아닌 빛으로 가득 찬 보성은 어떨까? 드디어 찾아온 겨울방학, 가족들과 연인들의 행복한 웃음이 들리는 크리스마스이브, 이불에서 벗어나 녹차 향이 남아 있는 보성으로 떠났다.

6시 조금 늦게 도착한 보성, 아름다운 불빛을 만나기에는 늦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난달 16일부터 열린 ‘보성차밭빛축제’는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점등은 6시부터 시작 돼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지는 10시, 금요일과 토요일은 12시에 끝난다. 광주 광천터미널에서 출발한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1시간여를 달려 보성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약 30분을 더 가면 한국차문화공원에 갈 수 있다. 이번 빛 축제는 한국차문화공원과 율포솔밭해수욕장, 두 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가장 높은 곳의 “A beam of hope”라고 써진 불빛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녹차 밭 구석구석 자리 잡은 조형물들은 새해에 다가올 희망을 빛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공룡, 용, 사슴들이 화려한 불빛을 감고 녹차 밭을 뛰놀았다. 엄마, 아빠와 함께 찾아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불빛처럼 반짝였다. 그 웃음 속에도 희망이 담겨있었다. 여러 먹거리들이 풍기는 냄새가 녹차 향과 섞여 다가왔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따뜻함이 있는 축제의 장이었다.

이번 축제는 “A beam of hope 이순신, 희망의 빛”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2017년 정유년은 이순신 장군이 정유재란에서 승리한지 420주년이 된 해다. 봇재 다원에는 이를 기념해 길이 150m, 높이 120m의 이순신 장군 트리가 세웠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하며 절단된 조선 수군을 재건할 때 구례부터 ‘백의종군로’를 따라 보성에 이르게 된다. 장군은 보성에서 머물며 군량미를 확보했는데 이를 인연으로 삼아 지금까지도 보성은 이순신 장군을 기리고 있다.

길게 이어진 ‘희망 빛 터널’은 빛 축제의 묘미다. 터널 옆면은 찾아온 사람들이 2017년의 소망이 담긴 카드를 적어 가득 채워줬다. 다이어트와 자신의 꿈에 대한 소소한 소망부터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말들까지, 또박또박 눌러 쓴 글씨에서 설렘이 묻어났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맞춰 찾아온 연인들은 카드에 서로의 사랑을 담았다. 그들이 이름 모를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희망과 사랑으로 채워져 있는 공간에서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터널을 따라 올라오면 ‘큰북’이 있는 정자가 사람들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북을 울리며 장난을 쳤고, 그 소리가 아래로 울려 퍼졌다. 새해가 다가오는 순간은 언제나 북처럼 가슴을 둥둥 울린다. 정자의 고즈넉한 모습은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과 대비되어 오묘함을 풍긴다. 크리스마스라는 이국적 분위기와 기와의 동양적 분위기가 대비되는 것과 같다. 2016년이 지났다는 아쉬움과 2017년이 다가온다는 설렘이 동시에 있는 지금 이 순간과 잘 어우러진다.

나무를 따라 감겨있는 불빛을 보며 올라왔던 길의 반대편으로 내려왔다. 올라갔던 화려한 길과 달리 내려가는 길은 어딘가 모르게 조용했다. 그 조용함 속에서 옆 사람의 이야기는 더 크게 들려온다. 그 사람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이번 겨울에는 보성차밭빛축제에서 밤하늘 별 같은 불빛 사이를 소중한 사람과 같이 걸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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