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인 전임 편집국장
도선인 전임 편집국장

20년이 넘도록 어느 한순간 용기 내며 살지 않았다. 누구나 한번 쯤 경험했을 만한 일들이 어느새 평범한 추억이 되고 있었다.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 위해 남 눈치 보며 달렸다. 세상이 정한 기준에 왜 자신을 맞춰야 하는지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특별히 나쁜 짓을 저질러 본적은 없지만 특별히 도덕적인 삶을 살지도 않았다.

하지만 3년간 몸담았던 이곳에 있어서만큼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 수 없었다. 용기를 내어 여론을 물었고 불의에 억지로 분노했다.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을 세워야 했으며 그 기준에 맞춰 기사 보도를 했다. 내 기준에 맞춘 보도가 틀렸다면, 더 나아가 후배들의 기사까지 책임져야 하는 자리. 완벽하지 못한 결과물에 변명할 수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곳은 나와 어울리지 않았던 용기가 필요한 자리였다. 무슨 용기로 이 거대한 조직을 이끌었을까. 새삼 놀랍다.

그렇게 전대신문은 수많은 기자들의 용기로 여기 1575호까지 왔다. 그런데 용기를 낸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몇 년간 예산 삭감이 계속되고 있다. 올 해는 무려 35%의 예산을 삭감했다. 신년부터 우울한 지면개편을 했다. 신문도 취재활동비도 줄었다. 여기에 더 하나, 인력부족은 매년 남은 자들의 몫이다. 이번에도 많은 기자들이 함께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신임 편집국장에게 미안함이 앞선다.

다행인 것은 항상 용기 내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편집국장의 자리에서 1년을 보냈지만 후배 기자들에게 배운 것이 많다. 함께여서 행복했고 그들의 용기에 고마웠다. 남은 자들의 용기 있는 보도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감히 독자들에게 부탁한다. 2017년 <전대신문>이 예산삭감에도 용기 낼 수 있도록 한부 챙겨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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