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에 스케이트보드 와 복근운동이 삶의 낙인 소년, ‘레이’. 하지만 그는 생물학 적으로 여성의 몸을 지닌 트렌스젠더(Transgender)다. 4살 이후로 그는 자신이 여자가 아닌 남자라고 생각해왔다. 갑갑한 여자의 몸에서 벗어나 오로 지 남자의 몸으로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그의 유일한 소망이다. 16살, 성전환을 위한 호르몬 요법으로 남자가 될 수 있는 서류를 그의 엄마 ‘매기’가 건네받으며 영화는 시작된다.

<어바웃 레이>는 제 4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 ‘레이’와 그를 믿고 지지해주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초조함을 억누를 수 없는 싱글 맘 ‘매기’와 그의 레즈비언 할머니 ‘돌리’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영화는 단순히 ‘레이’에 관한 이야기만 다루지 않는다. 그를 토대로 손자와 엄마, 할머니라는 세대 간의 갈등 역시 성(性) 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가지고 표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트렌스젠더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레즈비언 할머니,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듯 보이지만 혹시나 그가 그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엄마 ‘매기’까지. 그들이 서로 어떻게 이해해나가는지에 대 해 우리는 더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영화 내내 그와 그를 둘러 싼 가족들은 생각 없이 뱉은 “she”라는 단어를 “he”로 정정 하는 장면을 여러 번 마주칠 수 있다. 16년을 여자로 살아 온 딸의 자식이, 자신의 아이가 한 순간 남자가 된다는 것이 가족들에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울 앞에서 여성의 가슴을 가진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 ‘레이’에게는 오히려 “she”라는 단어가 낯선 단어였다.

“누가 뭐래도 넌 내 사랑하는 손자야” 레즈비언으로 자유롭게 살면 안 되겠냐는 물음에 남자로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그를 온전히 이해한 후에야 비로소 할머니가 그에게 건넨 말이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쩌면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손녀가 아닌 사랑하는 손자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레이’는 비로소 인정받았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진짜 온 마음으로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가? 오늘도 응원이 필요한 가까운 이에게 힘이 되는 말이 아닌 충고라는 이름으로 다 안 다는 듯이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만약 그랬다면 그 장황한 말들을 끊고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누가 뭐래도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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