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컴퓨터는 0과 1밖에 모른다고 말한다. 실제로 컴퓨터 내부에서 전달되는 데이터는 0과 1로만 구성된 디지털 신호이다. 우리가 컴퓨터를 활용해 이루어내는 무한한 일들은 모두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산출물이다.
 
한 자리의 2진수는 2가지(0과 1)의 표현이 가능하다. 네 자리의 2진수는 16가지(0000 ~ 1111)의 표현이 가능하고, 이는 다시 한 자리의 16진수(0x0 ~ 0xF)로 표현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여덟자리의 2진수를 두 자리 16진수(0x00 ~ 0xFF)로 표현해서 사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두 자리 16진수는 1바이트(1byte)라고 칭한다. 1바이트가 2의 10제곱(1024개)만큼 모이면 1KB가 되고, 1KB가 다시 1024개가 모여 1MB가 된다. 마찬가지로 1024MB = 1GB, 1024GB = 1TB가 된다. 우리가 하드디스크로 사용하는 1TB 용량은 엄청난 숫자의 데이터를 표현할 수 있다. 모든 디지털 파일을 열어보면 이와 같이 0과 1로 표현되어 디스크에 기록되어 있다.
 
타과 교수님께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지워진 파일은 어떻게 복구하는 거야?’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선 파일시스템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한다. USB를 사용하기 위해 포맷 버튼을 눌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때 선택해야하는 옵션 중 하나가 파일시스템(NTFS, FAT32, exFAT 등)이다. 파일시스템은 기억장치에 저장되는 파일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는 파일을 저장하고 삭제할 때 순서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저장매체 내부에 파일이 순서대로 차곡차곡 기록되지 않는다. 광활한 저장공간 안에서 원하는 파일을 찾기 위해서는 해당 파일의 위치를 기록해 두어야 한다.
 
쉽게 말해 파일시스템은 저장된 파일에 대한 목차를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파일시스템이 관리하는 목차에는 모든 파일의 위치 및 크기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수행하는 파일 삭제 행위는 목차에서 해당 파일의 정보만을 삭제하는 것이다. 즉, 파일 자체에 대한 내용은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지만, 그 영역을 비어있는 공간으로 간주하는 일련의 작업이다.
 
삭제된 파일의 복구는 이러한 특징을 이용한다. 목차에는 없지만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는 파일을 찾아내서 추출하는 간단한(말로는 쉬운) 작업이다. 문제는 파일이 기록된 영역이 덮어쓰여졌을 경우에 발생한다. 파일을 삭제한 이후, 디스크에 대한 쓰기 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났다면 파일 내용이 기록된 영역이 덮어쓰여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발달된 기술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복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버림받은 그가 일부러 노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파일을 숨기고 싶었다면 태블릿을 용광로에 던졌어야 했다. 이미 그녀의 태블릿 속 삭제된 파일의 복구는 끝났고, 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모든 명백한 사실들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며, 국민들의 분노는 글과 사진, 영상이라는 형태의 디지털 산출물로 기록되어 역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당신네들의 만행을 곱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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