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은(중어중문·09)
여기, 하수상한 계절을 나느라 지친 손들이 있습니다. 어떤 손들은 촛불을 높이 든 채 북악(北岳)으로 향하고, 또 어떤 손들은 살수차 앞에서 서로를 묶는 끈이 됩니다. 어쩐 일인지 내 겁약한 두 손은 키보드 앞에서 잔뜩 웅숭그리고 있습니다. 촛불도 되지 못하고 끈도 되지 못한 손은 텅 빈 주머니 속에서 종주먹이나마 쥐어보곤 합니다.
 
시를 쓰는 일이 어쩌면 저 촛불 하나 밝히는 것처럼 희미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콧김에도 쉬이 일렁이는 촛불처럼, 시란 아마도 꺼지기 쉬운 느꺼움일 테지요. 그러나 심지가 있는 한 언제라도 다시 타오를 수 있는 초처럼, 시 또한 우리 사는 세상에 작은 심지로 관통합니다. 좋은 시집 한 권 다 읽노라면 이 을씨년스런 계절도 어느덧 훌쩍 지나가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졸업생에게도 응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또 투박한 제 시를 좋게 봐주시고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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