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알바 1위 택배 상하차 …1인당 하루 평균 상하차 물품 최대 6천개
 
새롭게 시작되는 학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비용이 있다. 등록금과 책값 및 밥값 경우에 따라서 방값도 준비해야 한다. 나 역시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최악의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택배 상하차 작업에 도전했다. 육체노동, 정신노동까지 요하는 택배 상하차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힘들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힘든 정도가 아니다
알바 시작은 저녁 8시다. 나는 같이 일할 사람들과 함께 통근버스를 타고 40분을 달려 택배물류센터로 향했다. 관리자에게 안내사항과 주의사항을 듣고 9시부터 본격적인 ‘하차’를 시작했
다. 하차는 트럭 안의 물품을 트레일러에 내리는 방식으로 꽤나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있었던 택배회사였기에 작업물량이 평소보다 많았다.
 
일을 시작한지 불과 10분도 안 돼 넘쳐나는 추석선물과 쌀 포대, 과일박스들 속에 땀은 소나기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목장갑을 낀 손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도 더러워진 장갑의 먼지가 묻어 나와 얼굴, 팔, 다리는 때가 낀 것처럼 검게 변했다. 첫 번째 트럭을 끝내고나니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고, 팔과 허리는 끊어 질 듯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지난해 9월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남녀 구직자 999명을 대상으로 추석에 가장 힘든 최악의 알바를 조사한 결과 1위는 ‘택배 상하차 알바’(45.6%)로 나타났다.
 
최저임금보다 더 주는 건 고마운데…
택배상하차의 시간당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많은 7,500원 남짓. 하지만 고강도의 노동으로 이탈자는 빈번히 발생했다. 작업 초반 얼굴을 익혔던 몇몇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도망치면 돈을 안 준다”는 작업반장의 경고 때문에 이 악물고 12시간 동안을 쉴 틈 없이 일했다. 그날 하루 일당은 80,000원이었다.
 
12시간동안의 고된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았을까?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휴식 시간 30분을 제외하고 11시간 30분 근무했다면 최소 10만4,018원은 벌어야 합법적인 셈이 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임금체불로 진정을 신청한 근로자는 21만4052명에 이른다. 이를 통해 집계한 임금 체불액은 9471억 원이다.
 
상처만 남은 택배 상하차
끝나기로 예정된 시간은 오전 7시. 6시가 되자 두 눈은 시계로 향했다. 머릿속엔 온통 일을 끝내자는 생각뿐. 7시가 되자마자 먼지 낀 목장갑을 벗어던지고 드디어 허리를 폈다. 하지만 작업반장의 잔소리로 정리가 늦어지면서 약속된 시간보다 1시간이 지난 8시에야 끝이 났다.
 
일을 더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추가수당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돈 봉투 속은 80,000원 그대로다. 정당한 추가수당지급을 요구하고 싶었지만 이미 서있기 조차 힘들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모두가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 나는 통근버스를 타고 지친 근로자들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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