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스터디로 하루 시작…공채시즌 다가오면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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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을 시작으로 하반기 공개채용 시즌이 시작됐다. 대학 졸업까지 미루는 취준생(취업준비생)에게 민족 대명절은 사치다. 황금 연휴였지만 이들에게는 취업 준비로 빠듯한 기간이었다. 지난해 8월 전공 수료 후, 1년 째 취업준비에 한창인 전소미 씨(가명)의 이야기를 <전대신문>이 들어봤다.
 
취업난에 느끼는 두려움, 지방 국립대생 72.6%
한국경제일보와 SBS 공채에서 낙방한 경험이 있으니 전 씨도 이제 3수생이다. 그는 “방송 PD를 꿈꾸지만 취업이 어렵다 보니 언론 쪽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하는 전 씨.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한겨레> 정독과 JTBC 아침 뉴스를 시청하는 것이다. 그는 “중요하다고 생각한 보도는 활동하고 있는 언론 스터디 단톡방에 공유 한다”며 “스터디를 통해 한국사, 방송학, 일반 상식, 논술 등 6개 분야를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를 비롯해 모든 화제는 스터디 안에서 취업정보가 된다.

취준생의 하루는 특별할 것이 없다. 하루의 대부분을 중앙 도서관에서 보낸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운 전 씨. 그는 “취업과 함께 10월 초에 있는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끼니는 집에서 해결하는 것이 돈도 들지 않고 편하다”고 밝혔다. 

한국어능력시험은 모의고사 모음집과 인터넷강의로 준비한다. 모의고사 모음집도 4회분 분량, 한 권에 3만원이 넘어가는 액수라 부담으로 다가온다. 전 씨는 “열람실에 구비된 한국어능력시험 모의고사 모음집으로 공부한다”며 “공용 책이다 보니 불편하긴 해도 돈을 아끼려면 어쩔 수없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는 서울 소재의 글쓰기 학원에 등록했다.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예비언론인으로서 자질을 준비하고 싶어서다. 학원비는 총 10회 수업에 40만원이 넘는다. 전 씨는 “취업정보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광주에만 있자니 뒤쳐진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서울로 올라가 준비하고 싶어 고시원이나 셰어하우스도 알아봤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는 취준생에게 둘 다 부담하는 것은 무리다. 전 씨는 “일주일에 한번 수업을 듣기 위해 서울로 통학하기로 했다”며 “부모님께서 지원을 해주셔서 항상 미안하다”고 밝혔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발표한 ‘2016 전국 대학생 취업준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의 59.9%가 ‘취업난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지방 국립대생의 경우 두려움이 72.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오늘도 준비하는 취준생
한 때는 여행도 스펙이 될 것이란 생각에 배낭여행을 다녔다. 전 씨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유럽, 인도 등 여행을 갔다”며 “세계 곳곳 사람들의 삶을 보고 느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삶을 방송 프로그램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자신의 학과와는 전혀 다른 분야지만 PD라는 직종에 매력을 느꼈고 신문방송학과까지 부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결과적으로 학점과 학기를 초과하면서 수업을 들었지만 모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전 씨는 “어떤 강의는 담당 교수님께서 내가 쓴 기사를 가지고 다른 학생들에게 예시로 보여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칠 때마다 그 때를 생각하며 오늘도 마음을 다잡는다.
 
때로는 ‘여행이 아니라 토익이나 자격증 준비를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 씨는 “대외활동을 통해 취업난을 비판하는 단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그런데 취직할 때가 되니깐 남들과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오후 6시 길고 긴 하루 분량의 공부를 끝내고 그는 집으로 돌아간다. 기자와는 헤어졌지만 아마 집에서도 취업준비는 계속 되고 있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이 12.5%를 기록하면서 199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분석이다.
 
‘취준생’이라는 흔한 이름. 오늘도 도서관의 취준생들은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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