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보낼 예정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이 되면 북적이던 캠퍼스는 조용해진다. 모두가 떠나버린 캠퍼스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은 무엇을 하며 명절을 보낼까? <전대신문>은 몽골에서 온 슈기 씨(신문방송·15), 앙크비야르 씨(경제·16), 두식 씨(경제·10)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발리예브 씨(경제·13)와 함께 송편과 산적을 만들며 이번 추석을 맞이했다. 어느 순간 기사를 쓰거나 취재를 나가야 할 동료기자들도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리운 내 고향
쌀 반죽에 깨와 설탕을 섞은 소를 넣어 만드는 송편은 몽골식 만두라는 ‘호쇼르’와 비슷하다. 슈기 씨는 “송편을 만드니 호쇼르가 생각난다”며 “몽골에서도 호쇼르를 잘 빚으면 예쁜 아이를 낳는 속설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추석이 있다면 몽골에는 나담이 있다. 그는 “7월에 있는 몽골명절 ‘나담’때에는 가족이 다 같이 모여 만두도 빚고 이야기꽃을 피운다”며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향음식이 생각 날 때는 가끔 재료를 사서 만들어 먹기도 한다는 그들. 낯설기만 했던 한국 음식이 이제는 익숙해졌다며 얼큰한 김치찌개를 가장 맛있는 한국 음식으로 꼽았다.

명절 때 고향이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앙크비야르 씨는 “쉬는 것은 좋지만 아무래도 명절이다 보니 가족들이 생각난다”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비쳤다. 그들은 이번 추석 계획으로 같은 처지의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능숙하게 산적꼬지를 손수 부치던 앙크비야르 씨는 “똑같은 외국인인데 서양계 외국인에 비해 동양계 외국인을 더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동양계 외국인의 애환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그는 “외국인이라 어리숙하다는 점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며 “알고 지내던 형으로부터 휴대폰 관련 사기를 당해 실망한 적이 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달라도 너무 달라! 한국과의 문화 차이
한편 햄이 빠져 있는 발리예브 씨의 산적 꼬지에서는 문화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이슬람교인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 종종 월곡동에 위치한 할랄푸드 식당에 간다는 그. 대부분의 한국음식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가기에 불편할 법도 하다.

앙크비야르 씨는 한국에서 가장 크게 느낀 문화의 차이로 ‘선후배 사이의 어려움’을 꼽았다. 그는 “1살 차이의 선배라도 깍듯이 대하는 한국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한국의 ‘배달문화’가 매우 신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두식 씨는 “전화 한 통이면 편히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속하기까지 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오래된 만큼 한국 전통 문화를 접한 적이 처음은 아니다. 앙크비야르 씨는 “외국인 지원 단체나 교회에서 외국인을 위해 마련한 전통 놀이마당에 참여해본 적 있다”며 “그 중에서 윷놀이가 주는 스릴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야기하며 산적을 만드는 사이 어느새 각자의 개성이 담긴 송편이 완성됐다.

완성된 송편과 산적을 맛보며 소감을 묻자 슈기 씨는 “이번 기회로 송편 만드는 방법을 알았으니 집에서도 가끔 해먹을 수 있겠다”며 “고향에 돌아가서 가족들에게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국경을 초월해 다함께 진행한 ‘명절기획’ 덕분에 <전대신문>에서는 한동안 한가위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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