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전대신문>에 낯부끄러운 기사 하나가 떴다. “강의 구해요. 사례 하겠습니다”가 그것이다. 수강신청 정정기간 즈음해 커뮤니티 사이트 ‘전대광장’ 강의교환 게시판에 올라오는 강의 매매를 다루고 있는 기사 내용이다. 학부생이 아닌 다음에야 이 사이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잘 모르는 학내 구성원들은 깜짝 놀랐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엔 이미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만 일어난 것도, 전남대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강의매매는 취업난이 본격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기 시작한 2010년대를 넘어서면서 이미 전국적으로 대다수의 대학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2014년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이 시작되면서 더욱 극심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대학들이 평가 주요지표인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교수 충원 대신 강의 수를 줄이면서, 공급과 수요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때문이다.

대학들마다 다소의 경중이 있지만, 강의매매 현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몇 천 원짜리 모바일쿠폰부터 현금에 이르기까지 거래 조건도 다양한 데다, 현금 또한 몇 만원부터 수십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버젓이 매매가격표까지 붙여놓고 거래를 청하는 배짱 좋은 학생도 있다. 경쟁이 붙을 경우 판매자가 점점 가격을 올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연출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용돈벌이를 목적으로 인기과목 수강권을 선점하는 일에 전문적으로 뛰어드는 학생들도 있다. 이에 대학당국들에서는 ‘징계’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익명으로 운영되는 게시판에서 적발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를 보다 못한 학생들이 비판 글을 올리기도 하고, 일부 대학들에서는 매매관련 게시글을 캡처해 고발하거나, 판매자의 신원을 SNS에 공개하며 맞서는 일까지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 내에서 강의매매만 횡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수업녹음파일, 과제, 대리출석, 사물함까지 학생들 사이에 거래되는 품목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사태가 이 정도 되면, 취업난이나 교육부의 평가 같은 외부적 조건에 핑계를 갖다 붙이기도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화살의 끝은 우리의 밑천 짧은 양심을 향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학을 흔히 지성의 전당이라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표현은 태평시절에나 통용될 수 있는 말이다. 세상이 고단해질수록, 대학의 지성은 한 국가의 윤리적 좌표를 결정짓는 ‘최후의 보루’가 된다. 파란 많은 한국의 근대사 속에서 대학은 그것을 충분히 증명해 보여줬다. 한 시대를 들썩거릴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일상을 지킬 만한 견고한 양심만큼은 우리 스스로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푸른 청춘들이 살아있는 대학에서조차 그것이 사라진다면, 이미 노쇠한 한국사회에서 우리가 기댈 곳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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