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여대생이다. 내가 ‘지여인’가 된 때는 3년 전, 전남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다. 대학생이 되면 전공서적을 자랑스럽게 끼고 다니며, 철학을 이야기하고 맘만 먹으면 영화나 연극 따위를 보며 감상에 젖는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기대했다.
 
어렸을 적부터 청춘 시트콤을 보면 자라온 세대 누구나 이런 로망이 있을 것이다. 즐거움만 있을 줄 알았던 나의 20대의 여름은 취업과 스펙고민으로 더욱 무덥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 역시 나와 같은 지방대 학생이다. 그 친구는 곧 서울로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따지고 보면 결국 직업을 갖기 위함이다. 전라도에서 태어나 전라도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았지만 이십대 중반. 직업을 갖기 위해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밤잠 줄여가며 공부해서 온 대학에서 하는 가장 큰 고민이 '고작' 일자리를 걱정하는 것이라니.

이번호는 ‘지방대’의 슬픈 자화상에 대한 이야기로 꾸몄다. 지방대의 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만났으며 문화 없는 문화도시 광주에서 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그리고 지방에 대한 정부의 정책들도 들여다보았다. 이로써 얻어진 결론은 여전히 지방대생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교육과 문화 등의 수도권집중화 현상도 계속 될 것이다.

나는 지방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여대생이다. 스물, 잔치는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대한다. 지여인의 이름으로 내일도 그 다음날도 웃을 날이 올 것이다. 무더운 여름을 견디고 나면 결국 봄이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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