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정치인 가두행진 참여…“광주 5·18은 끝나지 않았다”

5·18민중항쟁의 첫 희생자 고(故) 김경철 씨의 어머니 임근단 씨가 지난 17일 옛 도청 앞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80년 5월 18일 금남로에서 학생들과 시민들이 계엄군의 공포로 이리 저리 골목마다 쓰러졌습니다. 우리 아들은 5월 19일 개같이 두드겨 맞고 이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그 고통이야말로 어디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우리는 전두환 정권에 개같이 끌려다니며 어디든 쓰러져서 땅을 치고 울었습니다. 어느 누가 그 속을 알까요. 우리는 그래도 광주 시민이 너무나 훌륭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우리 뒤에서 힘이 되어줬고 당시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우리를 지켜주고 우리를 도왔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힘을 안고 지금까지 싸워오다 오늘같이 이렇게 말도 할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따뜻하게 가족들과 한데 모여 이야기도 할 수 있는 날이 왔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자랑스러운 광주 시민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 오월의 역사를 잊지 말고 길이길이 마음속에 5·18을 생각하여 남은 후손들에게 전해주십시오. 광주 오월의 역사를 잊지 말고 대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주면서 다시는 우리 같은 고통을 받지 않도록, 광주 시민들이 우리 후손들을 지켜주십시오.”

그는 이날 광주트라우마센터 합창반 ‘오월 소나무’의 전야제 공연을 마치고 유가족을 대표해 이같이 발언했다. 전야제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옳소”를 외치며 임 씨의 증언에 크게 박수쳤다.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사망한 고(故) 문재학의 어머니 김길자 씨도 이날 도청 무대에서 발언했다. 그는 “광주가, 5·18이 끝났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며 “많은 사람들이 다 끝났다고 하지만 발포 명령한 사람을 데려다 처벌도 하고 진상규명도 해야 5·18 문제가 끝나지 지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5·18 36주년 전야제에서는 오월 관련자들의 증언과 다양한 예술단들의 공연이 번갈아 이어졌다. 영화 <화려한 휴가>의 이요원의 실제 인물, 5·18 당시 마지막 가두방송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박영순 씨의 증언이 있기도 했다. 그는 “도청에서의 마지막 날, 제가 가두방송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도청 안 옥외 방송 시설로 한 방송이었다”며 그날 외친 방송을 무대 위에서 다시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도청 안으로 나오셔서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는 우리 형제, 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 우리는 도청을 끝까지 사수할 것입니다. 우리 형제, 자매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전야제는 17일 오후 7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창 앞에서 ‘오월 광주, 기억을 잇다, 평화를 품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지역의 많은 시민단체와 지역 공동체들이 도청 앞까지 가두행진을 벌였으며, 가두행진을 하는 사람들 옆으로 광주시민과 우리 대학 총학생회, 학생회 등이 행진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날 가두행진에는 광주아시아포럼 외국인 발제자들도 참여했다. 노르웨이에서 온 한 발제자는 “아름다운 경험이었다”며 “전야제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공연도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금남로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몇 번이나 울려 퍼졌다. 야권 정치인들도 이날 전야제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이날 전야제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이 가두행진과 전야제에 참여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당선자들도 가두행진과 전야제에 함께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